세상 바꾸는 창조성은 개인의 천재성이 아니라
사회적 네트워크의 유기체적 공간에서 나온다

 

창조경제란 지역에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산업화 시대에는 대기업 유치를 통한 대규모 공단 건설이 중요했다. 그러나 창조경제에서는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천연자원이나 공장보다는 지역민들이 공유하는 상상력이 더 중요하다.

부산의 영화, 함평의 나비축제, 통영의 클래식 음악 등 최근 성공한 지역의 성과를 분석해 보면 모두 집단 상상력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눈에 안 보이는 그 지역만의 아이디어 공간들이 존재하면서 계속 확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창조적 아이디어 공간들을 키우고 확장시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은 분야, 계급, 나이, 성별, 지방색 등을 초월하는 자유로운 소통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역의 보수성은 가장 경계해야 할 걸림돌임에 틀림없다.

창조경제란 지역도 상상한 만큼 발전하는 시대를 의미한다. 꿈이 없는 지역은 발전도 없다. 그리고 그 꿈은 개인이 꾸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이 눈에 안 보이는 사유 공간을 통해 공유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IT 인프라에 기반 한 사이버 공간을 활용함으로써 어느 때보다도 집단 상상력과 창조력을 핵심자원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21세기는 ‘관심의 경제’ (attention economy)라고 불리 울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핵심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의 자본주의도 우리가 생각하고 꿈을 꾼만큼 발전했다. ‘살아남기 위한’ 마음으로 ‘하면 된다’의 꿈을 꾸며 산업화를 이루었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마음으로 ‘빨리 빨리’의 속도경영을 실천하며 정보화를 완성했다.

그 동안 우리는 가지고 싶고 누리고 싶은 것을 대부분 실현하였다. 지금은 남을 무작정 따라가고 앞서는 속도경쟁에서 탈피해 ‘뜻한 바를 이루는’ 마음으로 ‘이룰 때까지’의 꿈을 꾸어야 한다. 더구나 현대는 기술고도화가 급진전되어 기술을 만드는 기술까지 소유하게 되었다. 기술 자체보다는 상상력이 더 중요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상상한 만큼 이루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한 마디로 상상력이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의 미래가, 지역의 미래가 상상력 또는 창조성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상에서는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핵심자원이 지식과 창조적 아이디어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이러한 창조적 지식자산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땅을 파거나 공장을 지어서 얻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고. 상아탑인 대학에만 의존할 수도 없는 일이다.

혹자는 천재가 세상을 바꾼다고 한다. 피카소 같은 예술가,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 빌 게이츠 같은 기업가들이 미래를 결정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국가도 지역도 우리의 미래를 먹여 살릴 천재를 발굴하는 작업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저명한 학자들로 구성된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놀랍게도 ‘인간의 사고가 머릿속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와 지식이 개인의 머리로부터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세상을 바꾸는 창조성은 개인의 천재성이 아니라 사회적 네트워크로 짜여 진 눈에 안 보이는 유기체적 공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피카소나 아인슈타인의 손끝에서 나온 창조적 결과물도 실은 이러한 공간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지식들과 교감하면서 창출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문화적 아이디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는 우수한 아이디어 공간을 가지고 있는, 그래서 ‘스마트(smart)’한, 지역이 만들어 갈 것이다. 미래를 선도하는 지역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이 개방적으로 자유롭게 교감하는 다양한 아이디어 공간들을 만들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