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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우유신 단상

동창회와 의리

2015.04.26(일) 11:45:09홍경석(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제 초등학교 동창의 딸이 결혼한대서 수원에 갔다. 서대전역에서 만난 대전 동창들과 열차를 탔는데 친구가 준비한 술과 안주가 푸짐해서 천안역에 닿기도 전에 술기운은 이미 모락모락했다.
 
천안역에서 탑승한 다른 동창들도 합류하여 수원역에 내려 예식이 열리는 모 호텔로 갔다. 하객이 앉은 자리서 식사까지 그야말로 원스톱(one-stop)서비스로 이뤄지는 시스템답게 호텔예식은 그 비용이 상당하지 싶었다.
 
거기서 마신 술의 양도 상당했는데 천안 동창들은 이왕지사 수원까지 온 김에 ‘엎어지면 코 닿을 데’인 천안에 가서 한 잔 더 하고 가자며 꼬드겼다. “그래, 까짓것 오늘은 갈 데까지 가보자.”
 
주말스럽게 차가 많이 밀리는 바람에 수원서 천안까지 오는 데는 한 시간이나 소요되었다. 천안삼거리로 이동한 우리는 고풍스런 꾸밈새의 주막에 들어가 술과 음식을 또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는 어떤 의리론(義理論)이 화두로 올라 가히 어떤 백가쟁명(百家爭鳴)을 방불케 했다.
 
“00이는 일전 00의 초상(初喪) 때도 안 왔더니 이번에도 안 왔지? 참 의리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넘이다.” “내 말이. 걘 정말 의리가 상실된 녀석이지. 그래가지고 이 세상을 어찌 살려는지 원.”
 
“제 아들하고 딸 결혼식은 물론이요 장모상까지도 우리는 찾아갔거늘 그러나 걔는 안 오더라. 다른 건 몰라도 친구가 죽었다는 데도 안 들여다보는 넘이 무슨 친구이자 동창이냐?” “진짜 00이는 참 얍삽한 넘이야!”
 
친구를 말할 때 우린 쉬 붕우유신(朋友有信)을 떠올린다. 이는 오륜(五倫)의 하나로 벗과 벗 사이의 도리는 믿음에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나는 어제 사실 당초 주간근무라서 예식장까지의 참여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꼭 참석하여 축하해주고자 지난주에 다른 경비원의 대근(代勤)을 해준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인지한 동창들의 칭찬이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넌 역시 의리파여~!” 평소 돈은 없으되 의리만큼은 반드시 소지(所持)해야 한다는 게 어떤 신앙이다.
 
의리(義理)는 또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이기에 허투루 알면 안 된다. 오다가다 만난 객지친구도 아니고 죽마고우이자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하면 얼추 50년 지기에 다름 아닌 친구와 동창(들)이다.
 
하지만 그중엔 반드시(?) 불합목적성(不合目的性), 즉 어떤 목적을 실현하는 데에 적합한 성질이 아닌, 예컨대 의리와 도리는커녕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기회주의적 행보를 보이는 친구도 있게 마련이다.
 
자신의 경조사엔 동창과 친구들까지를 모두 초청하여 거드름을 피웠으되 정작 다른 동창과 친구의 경조사엔 등한시 하는 이가 어찌 친구이자 동창이라 할 수 있으랴!
 
셰익스피어는 “군자는 의리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고 했다. 또한 명심보감에서도 “열매 맺지 않는 과일나무는 심을 필요가 없고, 의리 없는 벗은 사귈 필요가 없다.”고 일갈하였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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