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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쉬어가는 이유

2015.04.09(목) 04:14:11충남포커스(jmhshr@hanmail.net)

주말 전국적으로 오후부터 비가 온다더니 하늘이 잔뜩 찌푸리고 있습니다. 이런 날씨면 우리 할머니 살아생전 어김없이 한숨 섞어 “에구, 삭신이 다 쑤시는걸 보니 비가 오려나보다.” 하시던 말씀을 자존심 상해 차마 말 못하고 속으로 따라하고 있습니다.
“옴마~ 쑤신거~”

‘마음의 힘‘ 그 위력을 아는 지라 천근 만근이나 되는 몸을 최면 걸어 일으켜 세우고 가까운 신성대학교 뒷산을 찾았습니다. 전날 살짝 내려준 비에 겨우내 썩지도 않은 끈질긴 근성을 가진 낙엽들이 젖어 절벅거립니다. 이곳은 매년 벚꽃이 장관이라 기대했는데 아직은 좀 이릅니다. 대신 흐드러지게 피어난 진달래꽃이, 이름 모를 들꽃들이 산책하는 내내 눈을 맞추며 반가워합니다.

소나무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와 음이온 대방출에 황홀한 기분 어찌할 바 몰라 하늘을 바라봅니다. 새들이 떼지어 날고 있습니다.

“아가야, 저 새들이 지금 날개짓을 하면서 날아가고 있잖아. 지금 저 새들은 날개죽지가 아플까? 안 아플까?”
“안 아파 보여요.”
“그럼, 우리 저 새들처럼 팔을 흔들면서 달려볼까?”
“좋아요.”

그렇지 않아도 쑤시는 양팔을 들어 올리고 너른 인조잔디가 펼쳐진 축구장을 늦둥이 녀석과 날개짓을 흉내내며 달려봅니다. 얼마가지 않아 ‘팔이 아프다’며 더 이상 못하겠다고 합니다. 다행입니다. 엄마 체면 살려주었습니다. 엄마도 어차피 더는 못할 상황이었으니까요.^^

아이의 말대로 새 날개짓, 하나도 힘들어 보이지 않았는데 해보니까 참 아프고 힘듭니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쉬어가는 이유를 잘 알겠습니다.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해보겠다고 쉬어가는 것을 생략하는 미련맞은 새는 없겠지요.

일상의 날개짓을 하는 우리는 어떻습니까. 남보다 앞서보겠다고, 더 많은 돈을 벌겠다고, 쉬어가는 것을 생략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열심히 일하고 주말, 이렇게 자연과 호흡하며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한 일 아닌가?”
산책을 마치고 축구장 밴치에 나란히 앉아 아내에게 손목을 붙들린 보수적인 남편이 아무도 관심 없는데 말이지요. 누가 볼까봐 잡은 두 손을 주머니 속에 감추고 말합니다. 엄마랑 결혼하겠다는 늦둥이 녀석의 방해가 없었더라면 주머니 속에서 제 손이 습진 걸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생들이 토요일인데도 학교에 나와 도서관을 갑니다. 열정을 다해 공부하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곧 중간고사라도 있나봅니다. 한참 고와야 할 얼굴색이 어둡습니다. 세상 짐 다 진 모습입니다. 경쟁하는 사회에서 쉬어가면 낙오자 될까 그리 못하는 청춘들이 안타깝습니다. 잠깐 멈춘다는 것, 잠시 쉬어간다는 것이 낭비만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고양이 한 마리가 어디서 왔는지 나무 밑에서 졸고 앉아 있습니다. 밴치에 앉아 그 녀석을 따라 눈을 감습니다. 무겁디 무거웠던 몸이, 쑤시던 몸이 가뿐해졌습니다. 내게 쌓여있던 스트레스 마일리지가 제로가 되는 순간입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힘찬 날개짓을 하며 오르는 저 새들처럼 일상의 날개짓을 힘차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쉬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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