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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 정 나누는 명절로

2015.02.13(금) 01:45:15충남포커스(jmhshr@hanmail.net)

설명절이 일주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설 준비에 이곳 저곳 어디를 가봐도 분주합니다.

동네 어르신 댁에 방문해 보니 벌써 떡꾹떡을 뽑아 곱게 썰어놓고, 구석 구석은 물론이고 천장까지 먼지를 털어내며 아들 며느리 손자 맞을 준비에 흥이 절로 납니다.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사다 나르고 있어. 우리 손자가 꽃게를 좋아하거든. 게는 미리 사놓으면 상할까봐 명절 임박해서 사야 되는데 잊어버릴까봐 걱정이야. 고 녀석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게다리 잡고 쪽쪽 빨아먹는 꼴, 그 꼴 보려고 허허허.”
손자가 뭐길래. 그저 생각만 해도 흐뭇해지시는 모양입니다. 고향에 계신 내 어머니와 어쩌면 그렇게 똑같습니다.

재래시장도 북적북적합니다. 부모님께 드릴 선물, 마음은 백화점에서 번듯한 것 사드리고 싶은 마음 왜 없겠는가 마는 아들 딸 교육 시키랴, 먹고 살랴 주머니 사정 여의치 못해 시장표 스웨터라도 살 모양으로 아까부터 옷전을 떠나지 못하는 아이 둘 손 잡은 엄마가 눈에 들어옵니다. 메이커가 아니더라도 마음 담은 저 선물, 부모님이 꼭 기쁘게 받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두 블록 지나 할머니 한 분 어린아이 옷전에 머물렀습니다. 우리 손녀딸은 얼굴이 뽀얀해서 이 옷을 입혀도 예쁠 것 같고 저 옷을 입히면 더 예쁠 것 같나봅니다. 두 벌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요리 살펴보고 저리 살펴보면서 심히 갈등하고 앉아 계십니다. 마음은 두벌 다 사주고 싶습니다. 이럴 때는 이놈의 주머니 사정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요, 이때 할머니의 고민 위에 고민을 더해주는 또 다른 할머니가 계셨으니,
“아이구, 이 할망구야! 요즘 애기 엄씨들은 메이커 아니믄 안 입히는 거 물러(몰라)? 옛날 같지 않어. 괜히 사주고도 좋은 소리 못 들어. 현대식 메누리한테 센스 없다는 소리만 들은다니께. 내 말이 맞는 줄 만 알어.”
“메이커가 뭐댜? 입어갖고 편허고 이쁘믄 됐제. 소용 없슈~. 요놈이로다가 주유.”

보고 섰는데 어머니께서 18년 전 장남의 귀한 첫 손주 백일 선물로 마련해 주신 옷 한 벌이 생각났습니다. 지금, 제 앞에 벽에 걸린 백일 사진에 큰 아들눔이 그 옷을 입고 헤벌쭉 웃고 앉아 있습니다. 현대식 메누리 입맛에 맞을 리 없습니다. 선물 상자를 뜯어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메이커가 아니었습니다. 그때 참 속상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더 좋은 옷 뒤로 하고 할머니가 사주신 옷 입혀 백일 사진을 찍었습니다. 볼 때마다 못 마땅했습니다. 그런데요, 우리 어머니도 저 할머니처럼 참 많이 고민하셨을 것을 생각하니 눈물 젖은 웃음이 납니다. 그랬구나! 어머니로서는 최선을 다 한 거였는데, 그저 눈에 보이는 것으로 할머니의 손주를 향한 그 사랑을 과소평가 했습니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 백일 사진을 들여다보는데 참 우리 어머니 센스 있으십니다. 세월이 흘렀는데 어쩌면 디자인도 그렇고 색깔도 참 쌕쌕허니 좋습니다. 메이커가 울고 갑니다.

옆에서 간섭하신 할머니 말씀대로 현대식 메누리랑, 손녀딸이 저 할머니의 소박한 사랑, 진심어린 사랑을 꼭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뉴스를 보니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성인 남녀 1546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를 앞두고 가장 우려하는 것'을 설문한 결과, 걱정거리 1위가 정신적 스트레스로 꼽혔다고 합니다. 2위가 뭘까 궁금해서 쭉 읽어내려가 보니 선물사고 용돈 드리는 등의 지출이 차지했습니다. 서로 정을 나누는 일이 마음에도 없이 분수 넘치는 선물을 하고, 억지로 용돈 드리려 하니 걱정거리로 바뀌었습니다.

명절, 육남매 각자가 형편껏 준비해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에 비밀이 있습니다. 잘 사는 자식에게 받은 용돈, 못 사는 자식이 준 봉투에 함께 담아 집에 돌아가는 길 가방에 몰래 넣어 보냅니다. 그렇게 마음만 받습니다. 우리는 부모님을 오해하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 용돈이 걱정거리라니요. 형편에 넘치게 용돈 드려도 부모님 마음 편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분들은 부모님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고마울 뿐입니다.

올해 설은 누구에게도 부담스럽거나 걱정거리만 가득 안겨주는 날이 아니라 솔직하고 진실하게 가족끼리 남에게는 말할 수 없는 속사정도 털어놓고, 좋은 일 있으면 기꺼이 함께 기뻐하면서 참 따뜻한 정을 나누는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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