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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화재, 남 일 아니네!

2015.02.03(화) 06:41:46충남포커스(jmhshr@hanmail.net)

지난 주 수요일 오후 편집마감 절정에 이를 무렵, 겨울이어서 도통 나오지 않는 아이들의 함성 대신 아파트에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려댑니다. 창밖을 내다보니 하필 우리 동 앞에 소방차가 5대, 구급차 1대, 경찰차 1대가 출동해 있습니다. 주민들이 여기 저기서 창밖으로 얼굴들을 내밀고 동태를 살핍니다. 순간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어차피 챙겨야 할 귀중품도 없고, 가족들도 모두 밖에 나가 있으니 문제없는데, 다만 죽어라고 편집 해놨더니 데이터가 인쇄소에 전송되기 전에 불이 난다면..... 설마~..... 이런 저런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는 가운데 불과 며칠 전 의정부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까지 오버랩 되면서 가슴이 심히 콩닥거립니다.

도무지 상황파악이 되지 않아 급히 나가보았습니다. 나보다 더 급한 사람들이 이미 소방차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있습니다. 길 건너 어린이집 원장도 ‘대체 무슨 일이냐’며 놀라 뛰어나왔습니다.

소방대원 한분을 붙들고 ‘대체 무슨 일이냐’ 물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자체 진화됐다’며 안심 시켜줍니다.

후에 사건의 내용을 알아보니 그렇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부모가 일 나가고 없는 사이 튀김요리를 시도했다가 과열되었는지 불이 붙었습니다. 어린 학생이 충분히 당황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 학생은 침착하게 119에 먼저 신고했습니다. 다행히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에 자체 시스템이 가동되어 진화가 되었고 큰 화재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소방서에서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등의 수습을 한 후에 차례로 줄을 지어 나갔습니다.

충남소방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화재발생의 원인이 관계자 부주의가 301건으로 전체 46.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서 큰아이 작은 아이를 불러다 앉혀 놓고 작은 아이는 가스렌지 근처 접근 금지를, 큰아이에게는 요리라봤자 라면 끓이기가 전부이지만 요리할 때는 반드시 자리를 떠나지 말 것 등을 재당부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학교에서 수없이 반복해 들었을 대피방법 등을 다시 확인해 보고, 화재 시 연기가 차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집안에서는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 지, 온 가족이 함께 확인했습니다.

“나도 자꾸 가스렌지에 음식 올려놓고 깜빡 깜빡 해서 태워먹은 냄비가 한 두 개 가 아니야. 그래서 시내 린나이 갔더니 시간을 맞춰놓으면 자동으로 가스공급이 멈춰지는 게 있더라고. 그래서 적어도 냄비를 태우는 일은 없어졌어. 냄비만 타면 괜찮지. 그게 과열되어서 불이라도 나봐. 그것도 나만 피해보면 괜찮아. 공동주택이잖아.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나도 죽고 남도 죽이는 거더라고.”

“그러게요. 이번에 자체 진화가 되었으니 망정이지 큰일날 뻔 했잖아요. 우리 애들한테 당부해놨어요. 엄마 아빠 없을 때는 절대 가스렌지 만지지도 말고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말라고요. 부모님들이 모두 아이들에게 당부했으면 좋겠어요.”

동네 아주머니들, 단체 카톡에서 의견들을 주고받으며 열을 올립니다.

화재, 남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마터면 젖은 수건을 코에 막고 자세를 낮추면서 비상계단을 내려갈 뻔 했습니다. 그동안 받아왔던 비상훈련이 현실이 될 뻔 했습니다.

그 의정부 화재 사건으로 최근 20대 미혼모가 전신화상을 입고 치료 받던 중 끝내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엄마 잃은 세 살 어린 아들은 싸늘하게 식은 엄마 손 놓고 아동보호기관으로 갔습니다. 5명이 죽고 건물 안에 있던 주민 125명 이상이 연기를 마시고 부상을 입었습니다. 죽고 다쳤을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거처를 잃고 ‘이재민‘이라는 이름으로 학교 체육관, 육군 보충대 생활관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내 작은 부주의가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슬프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날마다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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