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지해변 일몰, 아듀 2014
2014.12.31(수) 10:50:04쟈스민(mee0102@naver.com)
2014년의 마지막날(14.12.31)인 현재, 일몰을 정확히 볼 수 있을지의 여부는 조금 더 있어봐야 알겠지만 2014년의 마지막날에는 눈이나 비가 내려 일몰을 보기가 어렵다는 - 현재 이미 눈이 내린 상태다 - 기상예보에 따라 마지막 전날의 일몰이라도 담아볼 요량으로 급하게 꽃지해변으로 떠났다.
전국적으로 날씨가 맑고 따뜻한 가운데 미세먼지 농도가 짙다는 기상예보에 따라 바깥활동을 자제한 채 조용히 집에 있다가 일몰은 볼 수 있을거라는 예감에 부랴부랴 서둘러 꽃지해변에 도착한 것은 오후 5시경, 일몰이 진행되기까지는 20여분이 남은 상태였다. 그러니까 이것은 바로 어제(14.12.30)의 일몰이자 내가 본 2014년의 마지막 일몰인 셈이다.
서해안의 대표적인 해넘이명소이자 겨울에만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로 동그란 해를 볼 수 있다는 꽃지해변,주말이나 휴일, 2014년의 진정한 마지막날이었다면 이곳에 발디딜틈없는 많은 인파를 항상 몰고 다녔겠지만 마지막 전날이라 생각보다는 훨씬 적은 인원들이었지만 일몰을 기다리는 사진애호가들이나 여행자들이 꽤 많이 모여있었다.
도착할 당시 중천에 떠 있던 해는 어느 새 자리를 잡고 동그란 해를 선보이며 빠르게 바다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해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방포교 위에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찬 상태이고 사진애호가들 또한 이미 가장 좋은 자리를 선점한 채였다.
나도 서둘러 물이 빠진 백사장에 자리를 잡았고 빠르게 사그라드는 동그란 해를 담아보기위해 애를 썼다. 한파가 심했던 그동안의 기상상태와 비하면 날씨는 맑았고 포근하기까지 했지만 구름 한 점없는 밋밋한 하늘이기도 했다. 대신 물이 빠진 백사장에 비친 나름의 반영이나 사람들의 실루엣을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방포교 위에서라면 움직이기가 힘들었겠지만 백사장에서는 이리저리 움직이다보면 동그란 해를 할미바위 옆에 붙일 수도 있고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의 중간에 둘 수도 있었다.
동그란 해를 다시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에 두었다. 해는 점점 희미해져가고 아래의 구름층이 두껍게 깔려 있어 바다 아래로 내려가는 오메가는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처음부터 오메가같은 것을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2014년에 보는 마지막 일몰이었기에 조금 아쉽기도 했다.
꽃지해변에 전하는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의 전설처럼 출정을 떠난 남편을 기다리다 결국에는 망부석이 되고 만 아내의 마음이 이랬을까? 하늘이 백사장인듯 백사장이 하늘인듯 하늘과 백사장이 모두 붉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반쯤 사라진 동그란 해는 점점 희미해져갔다. 방포교 위에서 전경을 담기 위해 자리를 옮기는 순간에도 아쉬움에 자꾸만 뒤를 바라보자 앞서 가던 분이 그러신다. "더 볼 거 없어, 이미 끝났어."
이미 끝났어... 그 단호한 말투에 더 애틋해진다. 이제는 정말 2014년과 작별을 고해야 하는 까닭에.
매일 떠오르는 해이지만 늘상 이렇게 해넘이의 순간에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왜일까?
분명 내일 2015년에도 해는 뜰텐데.
해가 완전히 사라지자 백사장에도 사람들이 거의 떠났다.
잠시후면 진정한 2014년의 마지막 해넘이를 보기 위해 꽃지해변에 다시 모일 것이다.
저녁놀축제가 열린다고 했다.
나의 마지막 일몰은 어제가 되겠지만 2014년의 마지막 저녁놀은 어제보다 더욱 붉기를 바라고
내일 2015년의 태양은 더욱 크고 붉게 떠오르기를 바래본다.
꽃지해변
충남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