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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사람 사는 정을 느껴요

2014.11.13(목) 11:04:30충남포커스(jmhshr@hanmail.net)

"당진농업기술센타에서 분양한 주말농장에서 제가 직접 가꾼 유기농 채소로 만든 샐러드에요.”

“무안 시댁에 가서 지난 주 김장 담아왔어요. 맛들 보셔.”

“우리 교회 권사님이 직접 농사 지은 유기농 단호박을 멸치 넣고 조려보았어요.”

“라이온스 체육대회 가서 타온 멸치 크린베리랑 볶아보았어요. 안 짜고 맛있더라구요.”

“어제 우리 얼라들이랑 함께 만든 수제 돈까습니더. 맛이 괘않을지 모르겠네예.”

“우리 시댁에서 배추랑 무 나눠먹을라고 넉넉히 가져왔으니까 필요하신 분 필요한 만큼 이따 담아 가져가세요.”

“고구마 없으신 분, 드릴게요. 사지 마세요.”

“바나나 마트에서 어젯밤 한 송이 천원 깜짝 세일해서 여러 송이 샀어요. 몇 개씩 나눠 먹자고요.”

“친구가 단감을 한 박스 보내왔는데 나눠먹읍시다. 미처 못 먹어 썩을까 겁나요.”

“양파 없으신 분, 많이는 못 드려도 몇 개씩 드릴 수 있어요.”

지난 주 목요일, 예닐곱 명의 아줌마들이 점심시간 우리집에 모였습니다. 각자가 하나씩 준비해 온 음식이 작지 않은 상에 가득 찼습니다.

“애들 유치원 보내고 뒤치다꺼리 하고 나서 아이들 남긴 음식 먹어치우면서 점심 때우기가 일쑤잖아요. 안 그럴려고 해도 어느 때는 막 우울해질라고 그러거덩요. 오늘 이 풍성한 식탁을 대하니까 우울한 마음이 그냥 싹 달아나네요.”

“그러게요. 저도 혼자 먹을 때는 그냥 김치 하나 놓고 몇 숟가락 뜨고 말거든요. 이렇게 여럿이 함께 먹으니까 식탁이 풍성해져 행복하네요. 그렇다고 돈이 따로 드는 것도 아니고.”

“날이 추워져서 놀이터도 안 나오고 겨울이면 서로 얼굴들도 못보고 지내잖아요. 이렇게 맛있는 점심도 먹고 얼굴도 볼 수 있어서 정말 좋네요.”

“저는 천안에서 이사온 지 얼마 안됐잖아요. 오늘 이 자리 초대받아 감동 받았어요. 그곳에서 학원 운영한다고 바쁘게 살기도 했지만 저는 이웃집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살았거든요. 더군다나 아파트에서 이렇게 서로 가족처럼 지낸다는 것 상상도 못했어요. 제가 이사를 정말 좋은 곳으로 잘 왔네요. 결혼하고 아이가 안 생겨 늦게 하나 낳은 덕분에 이렇게 나이 40이 넘어 여러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네요. 고마워요.”

모두 긍정의 대화가 오고 가는 가운데 만장일치로 매주 목요일 점심은 함께 모여 먹기로 했습니다. 작게는 20대부터 늦둥이를 생산(?)한 40대까지 다양한 나이,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이 휘휘 저은 일명 다방커피 함께 마시면서 일주일 동안 밀린 이야기도 나누고, 넘치는 음식 나누고, 여러 가지 정보도 교환하는 것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직장 다니는 한 아줌마는 점심시간 짬을 내어 함께하겠다고, 학교에 출근하는 두 선생님들은 ‘방학이 어서 와서 함께 밥 먹고 싶다’고 톡을 남겼습니다.

“우리 동에 어르신들만 사시는데 관리비도 못 내고 월세도 수개월 밀렸더라구요. 가는 길에 무랑 배추랑 고구마랑 골고루 챙겨서 갖다드리면 좋겠어요.”

“지금 사는 집이 전세라서 짓고 있는 아파트를 계약 하긴 했는데 이 아파트를 우예 떠날꼬 걱정입니더. 그곳에서도 이렇게 가족처럼 지낼 이웃이 생길까 싶어예. 성격이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저도 남편이 올해든 내년이든 발령이라도 나면 고향 내려가야 하는데 이곳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벌써부터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좋은 아파트 따로 있는 줄 알았는데, 구조가 좀 맘에 안 들어도, 벽지 색이 맘에 안 들어도, 부실공사가 여기저기 눈에 띄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사람들 함께 하니 좋은 아파트가 되었습니다.

오늘 점심시간, 마감 준비에 돌입하여 앉을 것도 없이 식은 밥 한 수저에 김치 한 가닥 올려 후다닥 한 끼 때우면서도 목요일을 기대하며 위로받습니다. 일하는 동안만큼은 철저하게 외로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목요일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목요일은 청소를 두 번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받는 큰 기쁨이 작은 수고를 넉넉히 덮고도 남습니다.

“언니야, 목요일날 묵은지에 고등어 넣어서 지져갈라궁.”

처음 대하던 날, 어찌나 새침때기처럼 굴든지요. 그런데 겨우 말붙여 대화해보니 참 좋은 사람입니다. 자꾸만 벽을 세우고 나 하나, 내 가족만을 위해 살아가던 사람들이 이제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면서 이웃에게 무엇을 대접할까 고민도 합니다. 사람 살아가는 정을 너도 나도 알아갑니다.

낭만의 가을이 훌쩍 저만치 가버리고 나뭇가지마다 잎사귀 몇 개 안 남았습니다. 이제 슬슬 장갑이 생각날 만큼 손도 시립니다. 차가워진 손 서로 붙잡아 온기를 나누면 함께 따뜻해집니다. 이웃의 손을 꼭 잡고 맞는 이번 겨울, 푸근하고 따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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