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전체기사

전체기사

충남넷 미디어 > 소통 > 전체기사

[사람향기] 고마운 여행

2014.11.06(목) 22:41:22충남포커스(jmhshr@hanmail.net)

공항버스에서 내려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여기가 인천공항이야.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공항이란다.”
무빙워크를 보며 신기해하는 늦둥이 녀석을 위해 결국 되돌아 올 길을 목적지도 없이 그냥 타봅니다. 아이는 팔방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왜 엘리베이터 안에서 뛰면 안 되는 거였는지를 실감합니다. 기차든 지하철이든 타볼 기회가 거의 없는 녀석에게 공항을 순환하는 기차가 신기하기만 합니다.

비행기를 타기 전 짧지 않은 시간을 기다리며 여러 나라 곳곳에서 모여든 사람들의 대화를 귀 기울여 듣더니 하는 말이 대박입니다.
“엄마, 저 사람은 한국말을 못 배워서 영어로 말해요.”^^

“우와~ 우와~ 헐~”
이날로 꼭 다섯 돌을 맞은 늦둥이 녀석이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오르며 내던진 감탄사입니다.
누가 들으면 말을 잘 못하는 아이처럼 느껴집니다. 얼마나 감동스러우면 저렇게 말을 잇지 못할까 싶습니다.^^ 그림책 속에서나 보았던, 놀이터 하늘 위를 날아가던 그 비행기를 지금 타고 구름 위를 날고 있습니다. 눈 아래로 화려하게 펼쳐진 야경을 바라보며 “마치 우주여행을 하는 것 같다”며 좋아합니다. 이제 아이에게 비행기는 더 이상 상상속의 대상이 아닙니다. 아이는 이날 하루만도 많은 것을 보고 체험하고 느끼며 성장합니다.

“목걸이 사세요. 1달러 밖에 안해.”
필리핀 세부 시내를 달리는 지프니차에 언제 매달렸는지 두 여자 아이가 땡그란 눈으로 우리들을 쳐다봅니다. 한국 관광객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한국말을 잘하게 되었다는 아이들 덕분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밤이 늦도록 목걸이를 팔아 운이 좋은 날은 5달러(약 5,000원)를 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1달러도 벌지 못하는 날이 더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날은 하루 종일 굶어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학교는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세 명의 언니 오빠만 갈 수 있고, 나머지 동생들은 일찌감치 어린나이에 돈을 벌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날 만난 친구들은 14살, 9살이었지만 마치 7살, 4살 아이와 같은 작은 체구여서 안타까웠습니다.

“오늘은 운이 좋아요. 덕분에 오늘 밥을 먹을 수 있게 됐어요.”하면서 달리는 지프니차에 위험천만하게 매달려서도 좋아합니다. 우리는 이 아이들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념품을 나눠줄 수 있게 됐습니다.

올해로 10년째 일하고 있다는 가이드가 말해줍니다.
“제가 손님들 차에 매달리는 아이들을 말리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장사하는 아이들 대부분이 앵벌이입니다. 가이드 생활을 한지 1년이 안되었을 때였어요. 길거리에서 한 관광객이 한 아이의 물건을 사주니까 우르르 몰려든거에요. 겨우 겨우 아이들을 다 제지하고 차에 올라 떠나오는데 한 어른이 아이들을 줄 세워놓고 물건을 못 팔았다면서 때리고 있는거에요. 그 모습을 보고나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그 뒤로 우리 손님 차에 아이들이 매달려도 말리지 못합니다. 이해해주십시오.”

식당에 도착해 음식을 먹는 동안 창밖으로 줄지어 선 아이들이 목걸이를 들어 보입니다. ‘하루 한 끼도 못 먹는 날이 많다‘던 아이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우리 가족 식탁에 놓인 옥수수 3조각을 가지고 나갔습니다. 3조각에 모여든 아이들은 열 댓 명이 넘습니다.
“나도 줘, 나도 줘”
옥수수를 차지하지 못한 아이는 금새 울상입니다.
천성이 뻔뻔한 지라 체면 불구하고 함께 식사 중이던 이들에게 옥수수를 모두 달라고 했습니다. 기꺼이 그러마 내놓은 옥수수가 접시 한가득입니다. 아이들이 넉넉히 나눠먹을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오르는데 아이들이 인사합니다.
“옥수수 고마웠어요. 이거 하나 가져가요.”
어쩌면 한 끼 식사를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를, 팔아야 먹을 수 있는 소중한 팔찌 하나를 남자 아이가 건넵니다. 받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가난하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부자입니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고마워할 줄 아는 이 아이들을 대하면서 지금 이 순간도 가슴이 또 한 번 울컥해집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토니노성당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집이 없는 사람들, 씻을 곳도 마땅치가 않습니다. 다 찢겨진 돗자리라도 있는 사람은 그나마 행복한 사람입니다. 맨 바닥에서 어린 아이가 잠이 들어 있습니다. 맨발이지만, 옷을 갖춰 입지도 못했지만, 배가 부를 리 더더욱 없지만 삼삼오오 모여 해맑게 가위 바위 보 놀이를 하는 아이들에게서 이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엄마, 저 친구들은 왜 신발을 안 신었어요?”
“안 신은 것 아니고, 못 신은거야. 돈이 없어서. 어른 되거든 돈 많이 벌어서 신발이 없는 저 친구들에게 선물해 주면 좋겠다.”
“그럼 내가 어른 될 때까지 엄마가 컴퓨터로 돈 많이 벌어요.”

야자수 드리워진 바닷가에서의 낭만을 그리며 떠났던 세부여행은 그 이상으로 우리 가족 모두를 성장하게 해 준, 참 가슴 따뜻하고 고마운 여행이 되었습니다.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