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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 일손 돕는 추석으로..

2014.09.03(수) 19:00:05충남포커스(jmhshr@hanmail.net)

청량한 가을바람이 따가운 햇살에 찡그렸던 이마를 기분 좋게 스쳐지나갑니다. 결실의 계절답게 나무마다 갖가지 열매들이 탐스럽게도 익어갑니다. 내 것은 아니지만 풍성함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릅니다.

요즘 오며 가는 길 정겨운 모습이 참 많이 보입니다. 어느 집 앞에는 하얀 무말랭이가 꼬들꼬들 말라가고, 어느 집 지붕에는 얄팍하게 썰어 말린 호박들이 줄지어 누워있고, 길바닥 멍석 위에 빨간 고추는 썬텐을 즐기며 더욱 정열을 불태웁니다. 벌써 이른 벼 베기가 시작돼 콤바인이 논바닥을 누비고, 농부님들 새참으로 막걸리 한잔 들이키며 마른 목을 축입니다.

오늘 아침, 집 앞에 풀 뽑는 일에 어쩌다 동참했습니다. 한 시간 도 채 안됐는데 등에 땀이 촉촉하게 젖었습니다. 눌러쓴 모자를 헤집고 공격해오는 빛은 또 왜 그리 뜨거운지. 쭈그리고 앉은 다리에 금새 통증이 옵니다. ‘에고!’ 하며 다리 좀 펴보자고 일어서는데 핑~ 돕니다. 정말 어이없습니다. 손목이 시큰거리고 호미질 한 어깨도 아파옵니다. 미처 준비하지 못해 맨 손으로 풀을 뽑았더니 그 새에 손톱마다 흙이 터를 잡고 앉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못생긴 손이 더 볼품없어 보입니다. 우리 어머니 손이 왜그리 곱지 않았는지 알겠습니다. 짧은 시간 짧은 경험이었지만 우리 부모님, 그리고 농부님들의 고충을 생각하는 시간이 됩니다.

그저 한 시간 가량 호미질 몇 번 했을 뿐인데 전쟁터에서 폐한 병사가 되어 귀가했습니다. 그동안 정겹고도 낭만으로까지 보였던 모든 것들이 결코 낭만이 아니었음을 깨닫습니다. 나무마다 탐스럽게 익어가는 열매들, 그냥 당연히 계절 따라 열리고 익어가고 따는 것인 줄 착각하고 살았습니다. 열매를 대하기까지 과정 속에 담긴 고충은 덮어버리고 모른 척 합니다.

매번 부모님이 텃밭 가꾸어 보내주시는 고추며, 마늘이며, 고구마며, 감자며 집 현관까지 배달해오는 택배를 대하면서도 어쩌면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냉큼 잘도 받아먹었습니다.

저 멍석 위에 널린 고추 하나만 해도 그렇습니다. 때로는 무더위 속에서 말라 죽을까 물통을 메고 뿌렸을테고, 비바람 속에서는 흠뻑 젖어가며 넘어질까 일으켜 세워 지지대에 단단히 묶었을테지요. 벌레 먹을까 약도 뿌려야 하고, 비료도 줘야 하고, 오늘 나처럼 풀도 뽑아야 했을거고, 익으면 지체함 없이 신속하게 따줘야 썩지 않을테니 그야말로 쉴 틈이 없었겠다 싶습니다. 지금 우리 농촌은 고추따랴, 고구마 캐랴, 벼 베랴, 곧 배추 심으랴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냥 집 앞에 텃밭 두어 곳 가꾸시는 어머니도 핸드폰 받을 시간도 없다십니다.

추석이 코 앞 입니다. 그동안 나에게 추석이란, 고향 가서 성묘하고 푹~ 쉬었다 오는 날이었습니다. 이번 추석 때 만이라도 고향 가거든 일손 도우며 철든 모습 좀 보여드려야겠습니다. 평상시에는 내다보지도 않았던 텃밭에 아이들이랑 풀이라도 뽑고, 고구마도 캐고, 다 익은 고추라도 따면서 손을 덜어드려야겠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보내주시는 고구마, 고추가 낭만이 아니라 고통과 땀의 결실임을 내가 먼저 알고, 알려줘야겠습니다.

그동안 손 하나 움직이지 않고 그저 입으로 받아먹기만 했던 자식 된 여러분들, 저랑 함께 철 좀 들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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