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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성지를 가다

그렇구 말구 기쁜 마음으로 내 목숨을 천주님께 바치는 거야

2014.07.02(수) 00:13:26조연용(whdydtnr71@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해미성지를 가다 사진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을 앞두고 해미성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교황께서 방문하게 될 ‘해미성지’ 안 그래도 지난해부터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주말에 큰맘 먹고 해미성지를 향해 차를 몰았다. ‘해미성지’가 가까워지면서 잔혹했던 천주교 박해에 관한 내용들이 물안개처럼 하나씩 기억을 비집고 올라온다.


 

해미성지를 가다 사진


 
‘여숫골’은 천주교 신자들이 죽어가면서 마지막으로 외친 ‘예수마리아’를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여수머리’로 잘못 알아들었던 것이 ‘여숫골’로 변형된 것이라고 한다.
 

해미성지를 가다 사진


 
역시나 가장 먼저 방문객을 반겨주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을 환영하는 현수막이다. 순교자들이 살아있었다고 한다면 교황방문 보다 더 경사스러운 일이 또 있었을까? 그런데 무신론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깊은 신앙심이면 순교를 선택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죽음까지도 당당히 받아들일 수 있게 했던 절대적 신앙의 힘이라니...
 
잠시 학습모드로 돌입해본다. 조선 중기 해미지역은 현으로 축소 개편된 진영으로 1,500여 명의 군사를 거느리던 무반 진영장에게 내포 일원 해안 수비 명목으로 국사범을 독자적으로 처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이에 따라 1790년에서 1890년에 이르는 100여 년 동안 해미 진영은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을 국사범으로 처형했다. 1801년 신유박해, 1839년 기해박해, 1846년 병오박해, 1866년 병인박해 등 조정이 천주교 탄압을 공식화할 때뿐만 아니라 해미 진영은 끊임없이 내포 지방의 교우들을 잡아 죽였다.

이 박해 기간 동안 해미 진영에 있었던 두 채의 큰 감옥은 잡혀 온 교우들로 가득했고, 그들은 매일 서문 밖으로 끌려 나와 교수형 참수, 몰매질, 석형, 백지사형, 동사형 등으로 죽어 갔다.

 

 

해미성지를 가다 사진

해미성지를 가다 사진


또 돌다리 위에서 팔다리를 잡고 들어서 돌에 메어치는 자리개질이 고안됐고, 여러 명을 눕혀 두고 돌기둥을 떨어뜨려 한꺼번에 죽이기도 했다. 혹 숨이 끊어지지 않아 꿈틀거리는 몸뚱이를 발견하면 횃불로 눈을 지지기도 했다고 한다.
 
한 명씩 처형하는 데 지친 관헌은, 특히 1866년 병인년에서 1868년 무진년에 이르는 대박해 시에는 시체 처리를 간편하게 하기 위해 생매장을 선택했다. 해미 진영의 서녘 들판에 수십 명씩 끌고 가 아무 데나 땅을 파고 구덩이에 산 채로 집어넣고 흙과 자갈로 덮어 버리는 참혹한 행위가 수없이 되풀이 됐다. 이렇게 스러져 간 순교자들이 수천 명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그 중 70여 명만이 이름과 출신지를 남긴 상황이라고 한다.
 

해미성지를 가다 사진

해미성지를 가다 사진

 
전시관을 둘러보고 나와서 바로 팔다리를 잡고 들어서 돌에 메어치는 자리개질을 했다는 돌다리를 지나 진둠벙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해미성지를 가다 사진


진둠벙은 양손을 뒤로 묶은채 사람들을 빠뜨려 죽였다는 곳이다. 


 

해미성지를 가다 사진



진둠벙을 지나 생매장한 순교자들의 묘와 순교비 등을 둘러보고 나오면서 마음이 너무 많이 아팠다. 어떻게 신앙이라는 이름 하나로 이토록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일 수 있었단 말인가?

 

해미성지를 가다 사진



휴우!~ 차라리 몰랐으면 더 좋았겠다. 어떻게 종교탄압이 이 정도로 잔인할 수 있단 말인가? 도무지 사람으로 해서는 안 될 일들이 서슴없이 자행되었다는 사실 앞에서 숨이 턱턱 막힌다. 

모조록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과 함께 해미성지에 깃든 순교들의 원한과 아픔이 조금이나마 위로 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성지를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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