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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미소 (16) 풍전등화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4.06.17(화) 17:01:46도정신문(deun127@korea.kr)

미소 (16) 풍전등화 사진


미소 (16) 풍전등화 사진

“혹시 장사를 하시는 분이신지?”
사내의 장사를 하느냐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사내의 얼굴이 이내 실망으로 얼룩졌다.

“무역선을 찾으시는지요?”
단의 물음에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삼이 없어서 난리입니다. 무역선이 예전 같지 않아요.”
사내 역시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백제의 쇠잔함을 탄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삼이 그렇게 잘 나가는지요?”
“백제 인삼이라면 사족을 못 씁니다. 황제 이치(李治)도 인삼 없이는 못 산다고 할 정도니까요. 장안의 한다하는 공경대부들은 물론 지방의 아전들까지도 백제 인삼 구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인삼이 그리도 잘 나가는지요?”
단은 다시 물었다. 백제 인삼의 인기에 대해 그도 들은 바는 있었지만 그 정도인 줄은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없어서 못 팔 지경이지요. 한때는 그래도 이 월주에서 제일 잘 나가는 가게였는데.”
사내는 자신의 점포를 되돌아보며 깊은 탄식을 흘려댔다.

“그나저나 백제의 앞날이 큰일입니다.”
“큰일이라니요?”
단은 무슨 말인지 잘 알면서도 사내에게 넌지시 물어댔다.

“소문이 안 좋습니다. 황제 이치가 다시 백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칠 계획이라는 소리가 들리고 있어요. 그의 측근인 유인원은 삼십만 대군으로 바다를 건널 것이라고 하고요.”

“바다를 건넌다는 것은?”
“백제를 치겠다는 것이지요. 육로로는 고구려를 치고 해로로는 백제를 치고.”
사내의 말에 단이 놀란 얼굴로 다시 물었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예전에 수양제가 고구려를 그리 치다 망했는데.”
“그때하고는 또 다르지요. 지금의 당이라면 가능합니다. 상대적으로 고구려나 백제의 힘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어쩌면 거저먹는 것이 될 수도 있어요. 수양제때야 고구려의 국력이 막강했고 인물들도 많았지요.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국력은 형편없고 그에 맞설 인물도 없어요. 백제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래도 고구려에는 연개소문이 버티고 있고 백제에는 계백장군이나 성충, 윤충 같은 분들이 있는데.”
단의 말에 사내는 손을 내저었다. 어림없다는 표정과 함께였다.

“연개소문에게는 을지문덕이나 양만춘 같은 능력이 부족합니다. 더구나 그 주변 인물들이 모두 사리사욕에 어두워 큰일을 치르기에는 턱없이 모자라지요. 또한 백제의 계백이나 성충, 윤충같은 분들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수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 전투는 해보나 마나 한 것입니다. 전투는 장수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사내의 말에 단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턱없이 모자란 군사로 어찌 삼십만 대군을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저 신라 놈들도 합세를 할 테고요.”
“그런 소문이 사실인지요?”
“들리는 소문이 그렇습니다. 곧 군사를 일으킬 것이라며 인심이 들끓고 있어요. 등주에는 이미 함선들이 집결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리고 있습니다.”
단의 입에서 한 숨이 길게 쏟아져 나왔다. 연에 대한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 있는 우리도 눈치가 보입니다. 저 사람들 시선이 그리 곱지가 않아요.”
심란한 얼굴로 사내는 단을 바라보았다.

“장안에 가는 길은 물론 가서도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사내의 말에 단은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때 손님들이 점포 안으로 들어갔다. 사내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는 부리나케 가게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단은 또 다시 쓸쓸하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노을이 지고 있는 포구가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해가 기울자 거리는 더욱 복잡해졌다. 머물 곳을 찾는 상인들과 유흥을 즐기려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던 것이다. 화려한 거리의 불빛이 단으로 하여금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손에 쥔 것이 아무것도 없는 화려한 거리는 그저 남의 일일 뿐이었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 흔한 차 한 잔 마실 수 없음에 단은 탄식해야했다. 어떻게든 초라한 자신의 신세를 모면해 볼 것이라 굳게 다짐하기도 했다.

거리는 화려했으나 단의 마음은 그렇지를 못했다. 초라하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단은 결국 의각대사가 머물고 있는 여관으로 발걸음을 옮겨 놓았다. 지친 몸만큼이나 마음도 지쳐가고 있었다.

연은 두려웠다. 밀려든 신라군을 피해 부처바위 뒤로 숨기는 했지만 언제까지 있어야 할지 몰랐다. 기약 없는 도피생활이 이제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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