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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가의도에서 만난 봄

2014.03.27(목) 21:35:15충남포커스(jmhshr@hanmail.net)

[사람향기]가의도에서 만난 봄 사진



22일 오전 8시 30분. 겨우내 붙은 옆구리 살 때문인지 가의도를 향하는 배에 몸을 싣자 놀란 배, 기우뚱 거린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내어달리는 배 꼬리에 서서는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양 양팔 쩍 벌려 온몸으로 바닷바람을 맞는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다 내 것이다.

그렇게 20분을 달려 도착한 가의도 선착장에서 만난 원주민 할머니,
“뭐드라(뭣하러) 여까장들 들온댜.”하시며 함박 웃음 웃으신다. 작은 섬 찾아주는 관광객들이 그저 고맙고 반가워서 하신 말씀이다.

꽃피는 아래 지역과는 달리 아직은 삭막해 보이는 산이 둘러싸여 있고 전형적인 산골마을임을 알리듯 가파른 언덕을 이루며 띄엄띄엄 초가지붕이 보인다.

과연 6쪽마늘 원산지답다. 밭이라면 어김없이 모조리 마늘밭이다. 겨우내 추울까봐 덮어놓았던 볏짚을 걷어내느라 주민들은 일제히 밭에 나와 있다.

성미 급하신 분은 갈퀴를 들고 우적우적 긁어 걷어내는가 하면, 엎드려 뒷걸음질 쳐가며 한 줄 한 줄 마늘 상할까 조심스레 걷어내는 분도 계신다.

마을 사이로 난 길을 걷는데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야생화가 우리를 반긴다. 함께한 일행들은 카메라를 들이대고 감동을 고스란히 담는다.

그러면 안 되는데 밭둑으로 널린 달래 하나 뽑아 향기를 맡아보니 마트에서 만난 달래와는 비교가 안 되는 진한 향이 새벽잠 설치고 나와 나른한 온 몸을 흔들어 깨운다.

일행 중에는 체력이 좋아 위로만 오르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일명 저질체력으로 쉬어가고 멈춰서고 때로는 주저앉기도 하는 가운데서도 얼마든지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기도 한다.

일정을 마치고 체력이 좋으신 분들이 누린 자연과, 필자를 포함한 저질체력이 누린 자연을 서로 나누고 공유하는 재미도 괜찮다.

저질체력 일동은 오르막길 대신 내리막길을 택해 만난 잔잔한 바닷가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만난 자연석은 어쩌면 그렇게 동글동글 매끌매끌한지. ‘반출금지’ 인 것 뻔히 알면서도 결국 두어 개 훔쳐오고 말았다. ‘돌 네가 예쁜 게 죄’라고 변명해 본다.

아이들의 소원대로 낚시대 멋지게 드리웠건만 그날따라 고기들이 모두 정신을 차리는 바람에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렇지만 한 가지, 낚시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 인내심을 갖고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기회가 됐다.

저질체력팀은 오르고 올라 먼길 돌아오는 상급체력팀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미리 도시락을 까먹기로 공모했다. 빙 둘러앉아 얼가리 쌈, 장아찌, 장조림, 가져오려고 일부러 담갔다는 파김치 등등 각 사람이 내놓은 반찬들은 금새 어느 잔치집 뷔페상차림이 됐다. 학창시절 봄소풍, 친구들과 함께 까먹던 꼭 그 도시락 맛이다. 둘둘 계란말이를 보니 더욱 그러하다. 소풍이라고 특별히 만들어주신 우리 어머니의 빠지지 않던 메뉴여서 정겹다.

배를 기다리는 동안, 담장도 없이 나와 있는 어느 집 평상은 우리들 안방이 된다. 주인장도 없는데 벌러덩 눕는 그 뻔뻔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바로 옆에 나란히 나란히 놓인 항아리에서 된장 냄새가 구수하게 풍겨 나온다. 그 항아리 뚜껑 열어 시골냄새 화끈하게 맡아보고 싶었는데 차마 그럴 수 없어서 뚜껑 가까이에 코를 바싹 들이대 본다. 지금은 맛볼 수 없는 우리 할머니가 만드신 그 된장 냄새 맞다.
“캬아~ 좋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상급체력팀이 구석구석 누비며 카메라에 담아온 각종 야생화를 대하는 순간, 감동의 물결이 밀려온다. 삭막해 보이던 그 숲 속에 이토록 아름다운 꽃들이 숨어있었구나 싶다.

돌아오는 길, 배안이 조용하다. 모두 조금은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아서인지 곯아 떨어졌다. 매점 하나 없는 순수한 산골마을을 거닐며 느꼈던 그 정겨움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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