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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든든한 버팀목 ‘형제’

2014.03.05(수) 22:05:11충남포커스(jmhshr@hanmail.net)

모처럼 미세먼지도 걷혀 놀이터가 시끌벅적 합니다. 유모차에 누운 아기부터 형, 누나 할 것 없이 한데 뒤섞여 신나게 뛰어놉니다. 그런데 한쪽 귀퉁이에 서서 서너 명의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가 들려옵니다.

“나는 우리엄마가 눈 올 때 동생 낳아줬다.”
“나도 누나 있거든.”
동생도 없고 누나도 없는 우리 늦둥이녀석 뭐라고 말하나 귀를 쫑긋하고 들어봤습니다.
“나는 키가 우리 아빠만큼 엄청 크~은 형아가 둘이나 있다~”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이 졌다는 듯이 동시에 함께 외칩니다.
“헐~!”
그중 동생도, 누나도, 형님도 없는 한 아이가 힘없이 돌아섭니다. 그 아이에게서 큰아들 어릴 적 모습을 보았습니다. 부모의 이기적인 생각이 아이를 한없이 외롭고 힘없게 만들었습니다. 괜시리 짠해집니다. 그래서 이 아이의 엄마를 볼 때마다 ‘일도 좋지만 동생을 빨리 낳아주라’고 시어머니도 아니면서 닦달하고 있습니다.

키가 180이 넘은지 오래인 띠동갑 형님에다가 가세하여 내일 모레면 장가가게 생긴 사촌형까지 한집에 살게 된 이후로 우리집 녀석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딜 가나 누가 묻지도 않는데 “나 형아가 둘이나 있다”고 먼저 자랑을 해댑니다. 이 녀석을 보면서 어린시절 추억이 떠오릅니다.

동네에서도 학교에서도 늘 내 그늘막이 되어준 언니들. 고무줄 놀이 중에 줄 끊고 냅다 도망가는 녀석 꼭 있습니다. 마침 언니가 옆에서 놀고 있는 날이라면 그 녀석은 그 날이 제삿날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고무줄 근처에 올 생각 하지 못합니다.

점심시간 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언니는 내가 그토록 기다려도 그네에서 도무지 내려올 생각이 없는 녀석들을 내려오게 만들고, 덕분에 나는 푸른 창공을 향해 수업종이 울리는 그 순간까지 훨훨 날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등굣길 비라도 내리면 양쪽에서 우산을 붙여 들고 가운데 꼭 끼어 우산을 들 필요조차 없었던 일, 눈보라가 치는 날이면 한 언니는 내 가방을 들고, 한 언니는 나를 아예 들쳐 업고 읍내 학교에 가던 일, 그렇게 신세를 졌던 동생이 지금은 조카를 돌봐 신세를 갚으며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즐거운 일, 어려운 일, 부모에게는 차마 할 수 없는 이야기조차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언니 오빠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동생 없는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양육비와 교육비 등 경제적인 이유가 주된 이유였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경제적으로 넉넉하여 6남매를 낳았을 리 없습니다. 이런 것 저런 것 따지지 않고 순풍 순풍 낳아준 덕분에 우리 형제는 자라면서, 지금까지도, 또 앞으로도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세월이 흘러 부모가 훌쩍 떠나고 어느 날 혼자 덩그라니 남게 될 내 아이를 상상해 보십시오. 소득이 낮아서, 양육시설이 부족해서, 집이라도 하나 장만하려면 맞벌이 해야 하니까.... 등의 이유로 망설이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혼자인 내 아이가 외로워하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내 아이에게 동생을 선물해주십시오. 12년이 지나서야 동생을 선물해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안 낳았으면 어쩔 뻔 했나 싶습니다. 그렇게 좋습니다. 전봇대 같은 형님이 웃습니다. 콩알만 한 동생이 따라 웃습니다. 두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가 눈물겹도록 고마운 웃음을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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