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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 평범한 일상이 기적이라는 것을..

2014.02.06(목) 22:58:29충남포커스(jmhshr@hanmail.net)

여섯 살 늦둥이 녀석, 어젯밤 잠들기 전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결국 오늘 아침 이불에 지도를 그리고 말았습니다.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던 물고기가 오줌 싸도 된댔어요.”

허락받고 ‘나는 그저 쌌을 뿐’이라며 너무나도 당당한 녀석이 유치원 가고 난 후 집안을 둘러보니 장난감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이부자리며 곳곳을 정리하려면 한 나절은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런데 투덜거릴 수가 없습니다.

어린 세 자녀를 둔 40도 안 된 친구가 얼마 전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침묵의 살인자라는 그 폐암이 말기라는 이름으로 이 친구에게도 찾아온 것입니다. 수술이라도 해서 회복될 수 있다면 좋겠는데 이미 어떻게 손을 써볼 수조차 없습니다.

이 친구에게 건강했을 때는 그저 평범한 일상이었을 모든 것이 소중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이가 심술부리는 것도, 웃음소리 하나도, 즐거운 표정, 슬픈 표정, 하나 하나 가슴속에 담습니다. 잠자는 모습, 뛰어노는 모습, 맛있게 먹는 모습, 형 누나랑 장난치는 모습, 응가 하는 모습,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세 아이 씻기는 일이 항상 즐거웠겠어요? 내가 피곤할 때는 귀찮음에 대상이었는데 이제 울애기들 내 손으로 비누칠 해줄 수 없을 날이 올 것을 생각하니까 잠깐이라도 귀찮다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게 됩니다." 

한때는 속상함에 대상이던 사춘기 큰 아이의 투정도 이제 안쓰러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엄마의 큰 빈자리를 이 아이가 버겁지만 대신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렇습니다.

남편의 와이셔츠를 다리면서도 어느 날 기력이 떨어져 이것마저도 해줄 수 없는 날이 올 것을 알기에 더욱 힘주어 정성을 다합니다. 헐렁해진 단추를 단단히 실로 매면서 그동안은 이 작은 일에서 찾지 못했던 소중함을 발견합니다.
“아프지 않을 때는 단추 다는 일도 귀찮았는데 이것마저도 행복이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요.”

가족과 함께 손잡고 나선 나들이길,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올 수 있는 이 흔한 곳도 어쩌면 다시 올 수 없을지 모르니 나무 하나, 굴러다니는 돌맹이도, 가지에 걸려 펄럭대고 있는 연도, 눈에 젖은 초라한 잎사귀 한 장 도 눈에 들어옵니다.

살다보면 좋은 사람만 있을 리 없습니다. 미운 사람 꼭 있습니다. 자꾸 나를 험담하고 모함해 안보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아픈 사람에게는 사치입니다. 미워할 시간이 없습니다. 모두가 부질없는 것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알게 됐어요. 건강할 때 평범했던 내 일상이 아프고 보니 소중하고 하나 하나가 다 기적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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