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남편이 막내여서 집에서 제사를 안 지낸다. 아침을 먹고 손자들과 가까이 있는 산소에 갔다 왔는데 고만고만한 손자 넷이 TV에서 만화를 보다 싫증이 나면 자기 아빠, 엄마 핸드폰만 가지고 논다. 밖에 나가 놀으라고 해도 시골생활에 익숙지 않은 아이들은 잠간 나갔다가 들어오고 를 반복한다. 밖에서 한참을 노는가 싶어 깜박하고 있다가 나가 보았더니 아뿔싸! 이게, 웬일인가? 정미기 옆에 산더미만큼 쌓여있는 왕겨더미에서 왕겨를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닌가 왕겨를 서로가 퍼 얹어서 머리며 털 달린 잠바는 왕겨로 범벅이 되었다.
털신발도 요지경속이다. 모처럼 나가 논다는것이 하필이면 왕겨더미에서 놀았던것이다 얼마나 껄끄러울까. 왕겨 터는 당번은 손자의 엄마다. 속속들이 박혀있는 왕겨는 털어지지가 않는단다. 간신히 털고 들어온 며느리한테 시아버지가 손자들과 식구 모구 해미읍성이나 구경 가자고 한다.
초등학교 오학년 올라가는 손자는 해미읍성이 뭐하는 곳이냐고 자꾸 묻기만 하고 안 간다고 고집을 부린다. 할미인 나는 참 난감하다 해미읍성을 손에 쥐어 줄 수도 없고 설명하기도 어렵고 대충 이야기 했다. 말도 타보고 팽이도 치고 엿 장사도 있다고 하니까 가자고 했다. “그럼 할머니 가면 엿 사줄 거예요 한다. ‘그럼 사주지’
간신히 설득을 해서 갔다. 성안에 들어가자마자 엿 장사가 있었다. 엿을 사고 나니까 넉살 좋은 외손자가 엿 장사 가위를 달라고 하더니 한손으로 짤각거리고 쳐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린이가 가위를 치자 너도나도 사진을 찍는다. 날이 따뜻하니까 관광객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많이 왔다.
설맞이 행사로 30일부터 2월2일 까지 4일간만 하는 것인데 모듬북,민요판굿, 풍물놀이 등 전통문화 공연이 있고, 민속놀이 체험장에서는 투호놀이 팽이치기, 굴렁쇠 굴리기, 삼베 짜기,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꽃마차를 타보는 체험이 있어서 나도 손자들 덕분에 꽃마차를 타보는 횡재를 하고 왔다. 손자들이 꽃마차를 꼭 타야 집에 간다고 한다. 갈 때 꽃마차 태워 준다고 약속을 했으니까 약속은 지켜야 한다. 4명 내지 5명이 한번 타는데 만원이다.
제기차기와 굴렁쇠 굴리기, 체험에서는 열 명만 선착순으로 뽑았다. 멀리 전북에서 친정에 나들이 온 큰 딸이 제기를 차보겠다고 참가를 했다. “나는 네가 무슨 제기를 차겠다고 세 개나 차봐라!” 했더니 ‘심심하니까 차보는 것이예요’
제기는 열다섯 개를 차면 쌀을 몇 키로 를 준단다. 큰딸은 생각보다 제기를 많이 찾다. 체험도 하고 쌀도 받은 딸과 관광객들은 싱글벙글 이다.
해미읍성이 무엇 하는 곳인지 모르고 따라간 손자들도 옛날에는 이런 일들이 있었다고 하는 것을 보고 즐기고 체험하고 돌아갔다. 잊히지 않는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설날 행사 일정표를 만들어서 어느 누구라도 쉽게 찾아올 수있게 붙여 놓았다.
제기 체험해서 받은 쌀을 안고 즐거운 표정, 엿장사 가위도 한 번 짤깍 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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