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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길

2014.01.27(월) 12:01:44관리자(96731515@hanmail.net)

야우 박영춘 편집자문위원(시인)의 시다. 가족을 위해 고난의 길을 기꺼이 걷고 또 걸어가시는 우리네 아버지를 생각하게 한다.-편집자 주


풀잎에 이슬이 채 마르기도 전에

한복바지자락 대님자락

정강이 함초롬 적시며 걷던

논두렁밭두렁 푸새 길

아버지의 새벽길

어디만큼 걸어 가셨을까

아버지 아버지

연거푸 불러도 대답이 없어

내 어린 마음 눈시울 적시던 길

새벽녘이면 아버지는 매일

어디를 그렇게 걸어가셨을까

아무것도 짊어지지 않았어도

천근인 듯 만근인 듯

양쪽어깨를 버겁게 늘어뜨리고

담배연기 벗 삼아

땅이 꺼져라 쿵쿵 내딛던 길

아버지의 그 길은 결코

아버지혼자만의 길이 아니었으리라

동족상잔의 춥고 배고프던 시절

일곱 남매 목구멍 풀칠하던

날품팔이 고난의 길이었으리라

요즘 그 길엔 자동차가 내달린다

푸새 길 가녘으로 엉겅퀴 꽃이

아버지그림자처럼 희끗희끗 걸어간다

아버지는 지금 걸음을 멈추었다

엉덩이 고관절이 내려앉아

5년째 기역자로 누워

아홉 식구 끼니 챙기던 옛 푸새길

논두렁밭두렁 이슬 맺힌 길

새벽이슬 밟는 힘겨운 꿈만 꾸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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