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전체기사

전체기사

충남넷 미디어 > 소통 > 전체기사

[사람향기] 설

2014.01.24(금) 01:30:13충남포커스(jmhshr@hanmail.net)

“이제 설이 몇일 남았냐?”

매일 드리는 안부전화에 똑같이 묻고 또 물으시는 친정어머니. 자식들, 그리고 몰라보게 또 이만큼 커 있을 손주 녀석들 하루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그저 애가 닳습니다.

“이번에 시골 내려오니? 그럼, 이번에는 얼굴 볼 수 있겠다.”
세월이 좋아져 이렇게 저렇게 연락이 닿은 동창들도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만 보다가 직접 얼굴들 볼 생각하니 이성도 아닌데 설렙니다. 마음은 이미 깨복쟁이 친구들과 뛰어놀던 고향에 가 있습니다.

설이라고 설레이기만 하는 건 아닙니다.

“형님, 언제 내려온가?”
동서는 직장생활 바쁜 중에도 같은 나이 친구한테 형님이라고 불러주며 보고 싶다, 빨리 내려오라 안부를 묻습니다.

“이번 설에는 울 아들이 군대에 가 있어서 마음이 휑 허것네. 형님이라도 빨리 오소.”
뭬그리 바빴을까 일찌감치 서둘러 낳은 큰 아이가 2주 전 입대해 훈련병으로 고생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엄마는 울지 않으려고 애를 써도 주르륵 전화선을 타고 눈물이 소리 없이 흐릅니다. 방학이라고 새벽까지 죽치고 앉아 게임하시다가 저렇게 늦게까지 침대에서 뒹굴고 계시는 덩치 큰 아들눔을 보면 어서 군대라도 보내버리고 싶은 마음 굴뚝이건만 막상 보내고 나면 저런 마음일까 싶습니다.

“이번 명절에 고향에 가세요? 우리는......”
사업하다 약점 잡고 과도한 돈을 요구해오는 상대방과 협상하는 과정에 결국 쇠고랑 신세를 지게 된 남편 수발하며 여섯 살 딸아이와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착한 이웃의 목소리에 힘 있을 리 없습니다. 설이라고 설?던 마음이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불과 몇 달 전 교통사고로 남편을 먼저 보내고 야윌 대로 야윈 옆집 아주머니는 남편 산소를 찾아 또 울겠습니다.

군대 간 조카녀석에게 매년 설 선물로 안겨주던 티셔츠 대신, 이번에는 손 편지를 꾹꾹 눌러 써서 대신합니다.

설이지만 고향갈 수 없고 남편 없이 어린 딸과 쓸쓸하게 지낼 착한 이웃을 위해 떡국 떡을 하나 더 샀습니다.

고향길 나서기 전, 작은 국화화분 하나 옆집 현관 문 앞에 놓고 가야겠습니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나 정겨웠던 우리 옆집 아저씨에게 그리운 마음, 보고 싶은 마음 대신 전해달라고.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