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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맛나는 집

예산 대술면 김재준씨 열세가족 모여 김장하던 날

2013.11.25(월) 16:07:20무한정보신문(jsa7@yesm.kr)

예산군 대술면 시산리 마을안쪽 야트막한 동산 위에 집 한채, 소 예닐곱마리 키울 만한 외양간, 길죽한 텃밭이 정겨운데 마당 비닐하우스 안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온다.

11월 17일, 오늘은 김재준(66), 최수란(62) 부부 김장하는 날. 그런데, 두 부부가 사는 집 김장규모가 엄청나다. 김장꾼들도 스무명은 넘어보인다.

부인 최씨의 동생네 다섯 가족과 출가한 자식, 조카네까지 자그마치 열세가족이 먹을 겨울김치다. 형제들이 함께 김장을 한지 열두해째, 김장꾼들은 해가 갈수록 늘어 열세가족, 서른세명이 됐다. 올해는 지난달에 결혼한 조카딸네가 합류했고, 내년에는 지난주에 결혼해 참석하지 못한 대구 조카부부가 또 올 것이다.

남자 여자,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김장하우스로 모인 가족들.

▲ 남자 여자,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김장하우스로 모인 가족들.

 
배추는 400포기, 전날 내려와 담근 총각김치, 파김치, 갓김치의 양도 엄청나다.

“말할 것도 없이 마늘이 일곱접, 생강 2키로 깠다니까”

김장 진두지휘하랴, 삶은 돼지고기 수육 건지랴, 앉을 틈 없이 바삐 오가는 최씨는 단답형 대답을 하거나 그나마도 질문이 끝나기도 전 사라져 버린다.

덕분에 막내동생인 정수(42)씨가 대변인으로 나섰다.

“큰누님하고 저하고 스무살 터울이니 부모님이나 마찬가지죠. 요즘엔 부모님 살아계셔도 이렇게 전부 모여 김장하는 집 별로 없는데 저희는 갈수록 더 규모가 커져요. 누님이랑 매형이 고생이시죠”

어디 김장이 배추양념속 넣는 일 뿐이랴. 이정도 규모면 열두가지 양념준비에 열흘 이상 작업이 전제된다. 더구나 배추, 무, 갓, 파, 마늘할 것 없이 젓갈을 제외한 모든 재료들이 직접 재배한 것이니 사실상 1년내 준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생들은 그걸 알기에 전날 새벽길을 달려와 단 이틀 만이라도 몸부쳐 일을 한다.

하우스 밖에서는 아직 어린 꼬맹이 손주들이 고기 구워먹는 재미에 신이 났다.

“명절 때는 각자 큰집으로 가야돼 김장때가 더 많이 모이니 가장 큰 가족행사죠. 김장김치 담아 가는 목적도 있지만, 이렇게 전부 모여 먹고 웃는 재미에 김장날짜 잡히면 만사 팽개치고 전부 모이죠”

그래서 맏자식은 부모대신이라고 했던가. 한달에 10만원씩 계를 부어 2년에 한번 여행을 다닐 정도로 우애깊은 6형제 부부의 중심에 큰누나 수란씨가 있다.

“큰누님이 ‘내년부터는 안한다’고 하시고는 김장때가 되면 또 모이라고 연락하시기를 수년째예요”

수육을 썰던 큰누나가 웃음을 물고 말한다.

“뭔 일은. 먹으러 오라는 거지. 내년부턴 안혀~”

산더미같이 쌓여있던 김장속도 얼추 다 들어갔을 즈음 막걸리와 맥주가 등장하자 환호성이 터진다.

“이게 몇만원짜리 안주냐. 다들 한잔씩 따르고 건배하자구”

고춧가루 잔뜩 묻은 고무장갑채로 손에 쥔 술잔이 부딪친다.

“모두 건강하고 잘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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