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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댕이고개’ 정서 살려야

'외암대로' 정자나무는 보호수로 지정 보존

2013.08.22(목) 13:45:17관리자(ionyang@hanmail.net)

잔설이 있는 청댕이 고개와 보호수

▲ 잔설이 있는 청댕이 고개와 보호수


아산의 고개는 아무런 감흥이 없다. 이야기가 있고, 전설이 있다지만 그것은 구전으로 전해질 뿐, 눈을 아무리 크게 뜨고 둘러봐도 그에 부합하는 풍경도, 내용도 없다. 다들 마음 안에만 간직하고 사는가. 안에서 곱씹으며 혼자만 음미하며 살아가는가. 이래서야 전설은 당대(當代)에 그칠 뿐, 그 당대가 사라지고 나면 이야기도, 전설도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아산시는 지난 7월 31일 외암대로 확·포장공사 기공식을 가졌다. 총사업비 160억원을 투자해 풍기-읍내사거리까지 연장 1.68km의 2차로를 4차로로 넓히는 이 사업을 오는 2015년 12월까지 준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도 제39호선이 지나가는 이 도로는 다른 국도가 번듯하고 시원하게 뻥 뚫린 것과 달리 산길을 구부정하게 돌아서 지나가고 있다. 아산에서 사람들이 걸어다니기 가장 위험한 도로 중의 하나로 꼽혔던 이 길은 몇 년 전 그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일부러 한쪽 차선을 좁혀서 인도를 만들어 그나마 걸어서 넘어갈 수 있도록 했는데, 여전히 불편함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를 해소하고자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겠다는 것인데 시에서는 그 명목으로 ‘도심 가로망의 상습적인 차량 지·정체 현상 해소, 2016년 제97회 전국체전 참가선수단 및 관람객에 대한 교통편익 증진’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정자나무는 보호수로 지정 보존
그렇다면 이 고개(청댕이고개) 주변에 있던 명물 정자나무는? 문의한 결과 정자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돼 살린다고 하니 다행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4차선으로 뻥 뚫리는 도로와 함께 이 고개 만이 가지고 있는 정서, 이를테면 전설과 역사, 우리네가 이날까지 이 고개를 넘나들면서 차곡차곡 쌓아왔던 일상도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아산에서 예산으로 넘어가는 오형제고개·납은들고개에 얽힌 전설, 공주로 넘어가는 금계령에 얽힌 고단한 이야기, 초사리-궁평지를 잇는 갱티고개 이야기, 신창고개, 무슨무슨 고개…… 아산은 사방에 고개가 많아 그 고개 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숨어있는데, 그 길을 넓히고 이전하면서 그 모든 이야기들이 묻히거나 시나브로 잊혀지고 말았다.

그 여러 고개 중에서도 청댕이고개는 애틋한 전설도 있고, 문학작품의 소재로도 널리 알려져 있어서 이번 도로 확·포장공사로 인해 그 이야기들도 함께 묻히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

효자바위의 전설이 깃든 청댕이고개
청댕이고개에는 큼지막한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 이름은 ‘벼락바위’로 불렸다. 여기에는 효자에 대한 전설이 얽혀있다. 이 전설은 본지 제546호(2012년 6월 21일자) ‘행복한 아산만들기’ 코너의 ‘청댕이고개 벼락바위 전설’(순천향대 아산학연구소 유은정 선임연구원)로도 소개돼 주의를 환기시킨 바 있다.

요약하면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없던 시절 한 젊은이가 며칠 굶은 어머니를 위해 개가 토해놓은 토사물에서 보리쌀을 골라 몇번을 씻은 다음 그걸로 어머니께 죽을 끓여드렸는데, 그후 죄를 지은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자 젊은이는 어머니께 개의 토사물을 드시게 한 죄값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벼락이 떨어진 바위가 열리면서 금이 쏟아져 나와 어머니와 함께 잘 살았고, 그 후 이 바위는 ‘효자바위’로 바꿔 부르게 됐다는 얘기다.

한국인의 정서가 깃들어 있는 고개
청댕이고개는 또 이어령 전 장관이 40여년 전에 써 크게 알려졌던 수필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의 대표작에도 한국의 정서로 소개되고 있기도 하다. 이어령 전 장관은 이 책에서 청댕이고개 일화를 다음과 같이 썼다.
 

이어령 석학의 베스트셀러 「흙속에 저 바람속에」 서장의 배경이 청댕이 고개다.▲ 이어령 석학의 베스트셀러 「흙속에 저 바람속에」 서장의 배경이 청댕이 고개다.


‘…(전략) 그 때 나는 그 길을 지프차로 달리고 있었다. 두 뼘 남짓한 운전대의 유리창 너머로 내다 본 나의 조국은, 그리고 그 고향은 한결같이 평범하고, 좁고, 쓸쓸하고, 가난한 것이었다 …(중략)… 지프차가 사태진 언덕길을 꺾어 내리막길로 접어들었을 때… 앞에 걸어가고 있던 사람들은 늙은 부부였다. 경적소리에 놀란 그들은 곧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너무나도 놀라 경황이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은 갑자기 서로 손을 부둥켜 쥐고 뒤뚱거리며 곧장 앞으로만 뛰어 달아나는 것이다. …(중략)…

나는 한국인을 보았다. 천년을 그렇게 살아온 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뒷모습을 만난 것이다. 쫓기는 자의 뒷모습을…. 그렇다. 그들은 분명 여유있게 차를 비키는 아스팔트 위의 이방인 같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의 도망치는 모습은 꼭 길가에서 놀던 닭이나 오리떼들이 차가 달려왔을 때 날개를 퍼덕거리며 앞으로 달려가는 그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중략)… 우리의 피부빛과 똑같은, 그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우리의 비밀, 우리의 마음이 있다’

조손이 함께 손잡고 걸어갈 수 있는 길로
이번에 확·포장하는 길, 4차선으로 시원하게 뚫릴 ‘외암대로’는 아산 발전을 위해 여러가지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아산의 다른 고개에서 행해졌던 획일적·표피적인 개발은 지양했으면 좋겠다. 차들이 씽씽 달리는 확·포장도 좋지만, ‘청댕이 고개’ 만이 지닌 정서, 우리네가 대대손손 이어온 전설과 그 속의 정서를 살려 조손(祖孫)이 함께 손잡고 걸어갈 수 있는 길로 만들었으면 한다.
 

뚝 잘린 산을 연결하여 아산의 정서가 반영된 상징물이라도 세웠으면 한다. 사진 속의 호남제일문처럼

▲ 뚝 잘린 산을 연결하여 아산의 정서가 반영된 상징물이라도 세웠으면 한다. 사진 속의 호남제일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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