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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무기

여전히 큰 아쉬움

2013.07.20(토) 12:01:35홍경석(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요즘의 무더위 이상으로 나의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 요즘의 무더위 이상으로 나의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3년 과정의 사이버 대학에 입학한 건 내 나이가 지천명을 맞던 5년 전 2008년이다. 만날 PC를 통한 온라인으로 공부를 하다가 처음으로 오프라인 수업을 한다던 날을 지금도 잊지 못 한다.
 
‘나와 똑같이 주경야독으로 공부를 하는 동기생(同期生)들의 면면은 과연 어떠할까?’ 이윽고 도착한 오프라인 수업장. 난생 처음 보는 십여 명의 학생들은 30~40대가 주를 이뤘는데 강의를 맡은 교수님 역시도 나보다 연하로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공부를 한다는 건 역시나 즐거운 일이었다. 50분의 첫 강의가 끝난 뒤 쉬는 시간에 수인사를 나눴다. 그러나 명함을 주고받는 게 아니다 보니 “000입니다~”는 그 사람의 이름을 금세 기억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하여 강의가 끝날 무렵 ‘수작’을 부렸다.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고 또한 앞으로 한 달에 두 번은 이처럼 오프라인 강의를 한다고 하니 우리 강의가 있는 날은 1만 원씩을 추렴하여 정례적으로 소주라도 한 잔씩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모두들 대환영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임시로 총무를 선임하고 1만 원씩을 거둬 근방의 고깃집으로 갔다. 거기서 술잔이 분주히 돌자 비로소 화기애애하면서 ‘사람 사는 맛’도 났다. 우린 그렇게 만나 공부를 했고 1학년 때는 합동교육을 2박 3일간 받았다.
 
그처럼 1~3학년은 물론이요 졸업생들도 다수 참여하여 같이 공부하는 날의 마지막 날 밤에는 또 다른 즐거움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그건 교수부장님이 손수 담그신 과일주와 기타의 술들이 소주 맥주와 함께 식탁에 올라 우리 주당들의 간택을 간절히 원하는 때문이었다.
 
그렇게 마신 술이 어찌나 과했던지 한 번은 아침이 되었음에도 술이 안 깨서 어찌 집까지 왔는지 역시도 기억에 없을 정도다. 하여간 그렇게 공부를 하다가 3학년이 되어 다시금 합동교육을 받던 날이었다.
 
수업이 끝난 뒤 술을 나누는데 동기생 중 한 사람이 말했다. “이제 우리도 올 겨울이면 대망의 졸업이군요. 그래서 말인데 저는 솔직히 홍 선생님이 공부를 하다가 중도에 탈락할 줄 알았습니다. 근데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에서 정말 감탄했습니다!”
 
그러나 그 동기생은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나는 일단 뭔가를 시작하면 반드시 끝을 보는 스타일이란 것을. 여하간 사이버 대학의 3년 공부를 잘 마치고 졸업한 게 지난 2010년 12월이다.
 
그때 나는 졸업장 외에도 별도의 성적우수상을 수상하여 기쁨이 두 배로 컸는데 더욱 고무되었던 건 아이들의 칭찬이었다. 당시 대학을 다니던 딸과, 직장인인 아들 역시도 이구동성으로 “울 아빠는 대단하세요!”라며 치켜세워줄 때 어찌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내포신도시로 이사를 하여 빈 구 충남도청 청사에 최근 대전시가 주최하여 시민대학을 만들었다. 각종의 프로그램과 커리큘럼으로 잘 짜여졌다는 이 대학에 반드시 입학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예 내 발목을 잡은 건 바로 현재의 경비원이란 내 직업이었다.
 
오늘이 토요일임에도 출근(주간근무)하였듯 일요일은 내일은 또 야근이다. 따라서 시민대학에 입학하면 강의를 밥 먹듯 빼먹을 게 뻔한 이치였기에 그야말로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 것이었다. 사람이 돈은 없으되 신용만큼은 잃어선 안 되지 않겠는가?
 
혹자는 묻는다. “고작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못 하였다면서 어떻게 사이버 대학을 들어갈 수 있었느냐?”고. 이에 대한 답변은 간단하면서도 그러나 명료하다. 나는 지난 30여 년 동안 그야말로 방대한 양의 책을 읽어 내 두뇌에 입력시킨 내공을 자랑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요즘의 나는 그동안 있었던 것이 사라져 서운하다! 그 정체는 바로 열정(熱情)이다. 사는 게 뭔지 시민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게 여전히 큰 미련과 아쉬움으로 남는다.
 
입학했더라면 필시 사이버 대학 때의 공부 당시처럼 내 본연의 열정을 활활 불사를 수 있었으련만. 어쨌든 불변한 나만의 무기, 그건 바로 열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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