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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름 덕분에 제일 불효한(?) 자식이 되었던 추억

2013.07.16(화) 10:56:30커피의 향기(tjddufqhd33@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회사 업무로 차를 몰고 국도를 달리던중 갑자기 바로 앞에서 꿩 한 마리가 푸드덕 하고 날아오르는게 보였습니다. 다른 동물과 달리 꿩은 웬만해서는 먹을 것을 찾아 민가쪽으로 잘 내려오지 않는데 녀석은 제가 사는 주변에 먹을 것이 많이 부족했나 봅니다.

 꿩 때문에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밟은 김에 차를 세우고 내려 스트레칭을 하면서 맑은 시골길 공기를 흠뻑 들이마시니 온 몸이 가뿐해 지는 느낌입니다.

 몸을 추스린 뒤 차에 오르려는데 길가에 농가가 있고 그 옆의 텃밭에 하얗고 은은한 연분홍 빛을 살짝 띤 꽃밭이 보입니다. 마치 흰 눈이 살짝 내린 초겨울 시골집 안마당의 서설 같은 그런 느낌.

 참깨 꽃이었습니다.

예쁘게 핀 참깨 꽃

▲ 예쁘게 핀 참깨 꽃. 솜털이 보송보송.
 

하늘을 향해 두팔 벌리고 만개.

▲ 하늘을 향해 두팔 벌리고 만개.
 

먼 산을 뒤로하고 활짝.

▲ 먼 산을 뒤로하고 활짝.
 

참기름 덕분에 제일 불효한(?) 자식이 되었던 추억 사진

▲ "저를 봐 주세요"


 이맘때쯤 참깨 꽃이 만개합니다. 그리고 꽃이 지면서 동시에 열매를 맺습니다. 참깨 꽃은 그다지 화려하거나 크지는 않지만 예쁘고 소박합니다. 열매 역시 집에서 먹는 하얀 ‘깨알’ 이전에 깨알을 감싸고 있는 외피가 3cm크기 정도이고 그 껍질 속에서 자라 나중에 잘 익은뒤 털어내면 그게 참깨가 되는 것입니다.

어릴적에 가장 고소한 일을 꼽으라면 어떤게 떠오르십니까?

초등학교때 옆사람과 떠들었다고 나의 잘못을 고자질한 짝꿍이 되레 꾸중들었을 때요?
그렇죠. 그렇게 얄미운 친구가 혼나면 고소하긴 하죠.

 그와 다르게 먹는 음식에는 참기름만큼 고소한게 또 있을까요? 비빔밥에 한숟갈 듬뿍 들어가는 참기름, 참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벌써 입안에 침이 한가득 고입니다.

 국내산 참기름의 값이 좀 비싸다 보니 중국산 참깨와 참기름이 판을 친적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중국산 참깨와 참기름은 값이 싸기 때문에 시장 어느 구석엘 가봐도 죄다 중국산입니다.

수줍어서 고개를 살짝 아래로.

▲ 수줍어서 고개를 살짝 아래로.
 

살짝 뽀뽀해 주고싶은 자태로.

▲ 살짝 뽀뽀해 주고싶은 자태로.
 

앗, 바가운 친구. 이름은 모르지만 농약이 없는 곳임을 증명하는 벌레의 방문.

▲ 앗, 반가운 친구. 이름은 모르지만 농약이 없는 곳임을 증명하는 벌레의 방문.


 일부 국내산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사실 믿기 힘듭니다. 그나마 중국산조차도 농약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죽은 쥐 고기를 넣어 만두를 빚어 파는 사람들이니 혀가 내둘러지지 않을수 없습니다.

 그래서 고향이 농촌인 사람들은 부모님으로부터 농약 없고 맛있는 진짜배기 100% 국내산 참기름을 가져다 먹습니다. 부모님들 역시 뙤약볕을 무릅쓰고 농사 지어서 자식들에게 그렇게 나눠 주는 것을 가장 큰 행복으로 여기십니다. 자식들은 늘 고맙고 민망하기만 합니다.

 참기름에 얽힌 소소한 추억이 하나 있습니다.

 몇 년전 늦여름에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늬덜 먹으라고 겅거니(반찬을 일컫는 충청도 사투리) 꺼리 싸서 보냈는디... 챙기름(참기름) 하나가 한집에 잘못 갔는갑다. 나중에 집에 오믄  갖다 먹어”

올 가을 풍성한 수확을 예고하는 싱싱한 꽃.

▲ 올 가을 풍성한 수확을 예고하는 싱싱한 꽃.
 

참깨 밭 옆의 대추나무. 깨알보다 조금 큰 대추 열매가 이제 막 열리기 시작.

▲ 참깨 밭 옆의 농가와 대추나무. 깨알보다 조금 큰 대추 열매가 이제 막 열리기 시작.


 어머니 말씀은 이랬습니다.

 6남매의 아들 딸들에게 참기름뿐만 아니라 강낭콩, 고춧가루, 말린 호박 등 반찬거리와 양념류를 싸서 골고루 나눠 택배로 보냈는데 한집에만 실수로 참기름 대신 아버지가 드시던 소주병이 싸서 보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참기름을 소주병에 담아 포장을 하시던중 한순간에 실제 소주와 참기름이 든 소주병이 햇갈려 실수하신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자식에게 참기름 병 대신 소주병이 갔는지는 알 길이 없어서 전화하셨다는 것이었죠.

 “하하하. 그거 제일 미운 자식에게 갔을 거예요. 평소에 효도 덜한 자식이 누구예요?”
 “그려? 늬 말 들어봉께 그렇겄다. 언눔인지 한번 보까?”
 어머니와 저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웃었습니다.

 그런데... 이틀후 우리 집에 당도한 어머님이 싸서 보내주신 웰빙 농산물 택배 박스를 연 아내와 나는 자지러지고 말았습니다. 문제의 그 소주병이 우리 집으로 온거 아니겠어요.

 졸지에 제가 가장 미운 자식이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무공해 농산물과 참기름 덕분에 웃었던 추억 한토막입니다. 우스갯소리지만 그 후로 더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지금도 이 뜨거운 태양볕 아래 논밭으로 나가 일하시는 농촌의 보모님들이 계십니다. 한번 더 전화 드리고, 한번이라도 더 자주 찾아 뵙자구요.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소중한 부모님들이십니다.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여러분, 오늘 밤, 전화 한통화 더 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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