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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친자매 같은 마을 아주머님들의 한낮 마실행사

2013.04.07(일) 11:11:32내사랑 충청도(dbghksrnjs6874@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한 낮이 되어도 부슬부슬 쉼 없이 떨어졌다. 한여름 장마철  장대비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내리는 비는 나름 운치도 있었고 반가웠다.

 이때쯤 뿌려주는 봄비야 말로 앞으로 닥쳐올 봄가뭄에 대비해 미리 저수지에 물을 가둬 놓을 좋은 단비이기 때문이다. 보리밭에도 뿌려주고 마늘밭에도 목을 축일만큼 예쁘게 내리는 봄비.

 오후가 되어 문 밖으로 나서 보았다. 이웃 마을에 갈 일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니 저만치 아주머니 두명이 마을 한가운데 길에 나와 계시는 것이 보였다.

 ‘비가 오니 동네 부녀자들도 심심하구나, 오늘 어디서 부침개라도 부쳐 먹을 생각인가’하는 마음에 무심코 지나치다 보니 잠시동안에 대여섯 분도 넘는 아주머니들이 한 부대를 이뤄 모여 들었다. 빨주노초 색색의 우산을 받쳐 들고 마을 한가운데 모인 아주머니들. ‘오늘 정말 뭔가 일을 내려는걸까’ 하는 마음에 그분들이 점거 하고 있는 동네 한가운데 팔각정 정자로 시선이 쏠렸다.

 처음엔 어느집엔가 잔치라도 있겠거니 했지만 그렇다면 내게도 밥 한그릇 먹으러 오라는 전갈이 있었을텐데 그런 연락도 없었으니 그건 아닌듯 했고. 무슨 일이 났는가 궁금했는데 잠시후 서로 등짝을 두들기며 웃고 떠드는 모습이 일찌감치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선 마실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마실이라고 해서 꼭 이웃집에 들어가야만 하는건 아니었다. 그렇게 누가 뭐라 약속이랄것까지도 없이 동네 한가운데 모여들어 서로 얼굴 보고 반가우면 그게 마실인게지.

 지난주 토요일 저녁, 이른 아침에 읍내에 볼일이 있어서 버스를 타려고 나가던중 그 날도 얼핏 어림잡아 예닐곱명이 넘는 아주머니들이 죄다 마을 한가운데로 나와 있는 것을 보았다.
 잠시후 이 아줌마들 모두 버스 타는 곳으로 우루루 몰려왔다. 모두 다 외출복장이었다.

 “어디들 가시는가 봐요”
 “목욕 가유, 목욕. 봄이니께 때 빼야지유”

 답은 시원하고 간단했다. 정기적으로 읍내에 나가 목욕을 하시는 아주머니들. 다 함께 나가서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돌아오는 몇시간동안 고단했던 농삿일의 피로도 풀고, 하하하 호호호 웃는 웃음 속에서 그동안의 스트레스도 날리며, 마을 대소사도 의논하는 아주머니들. 그러고 보니 정기적으로 나서는 목욕행차도 이젠 우리 마을 아낙들의 문화가 되었다.

 ‘어? 아줌마들이 왜 저러지?’
 오랜만에 내린 봄비로 눅눅해졌지만 더 상큼한 공기가 마을 안에 퍼진 한낮,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정자 아래에 우산을 치워 놓은 이 아줌마들이 일렬로 늘어서는게 아닌가.

 그러는 사이 왁짜하며 웃는 소리, 서로 어깨를 치며 쑥쓰러워 하는 표정, 서로 앞에 서라는 둥 뒤에 서라는 등의 아낙들 특유의 수다스런 목소리가 오간 끝에 정말 이 아줌마들이 마치 군대처럼 한줄로 늘어섰다. 그리곤 이내 일렬을 둥글게 만들었다.

 ‘뭘 하려는 거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지켜 보았다.
 허허헛.... 이분들은 둥글게 만든 줄로 서로의 등을 주무르고 토닥토닥 두들기고 있는게 아닌가. 일종의 안마와 지압을 해주며 피로를 풀고 있었다. 아무 상관없는 내가 지켜보는 동안 이 아줌마들의 퍼포먼스는 참으로 보기 좋았다.

 전날까지는 계속해서 날이 좋았으니 마늘 밭으로, 냉이 비닐하우스로, 그리고 과수원으로 일찍부터 나가 일들을 했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한 차례 비가 쏟아지니 비를 피해 마실삼아 모인 김에 한바탕 웃음꽃을 피우는 아낙들. 마치 서로 약속이나 한듯 둥글게 서서 어깨를 주물러 주고 맛사지까지 해 주는 모습은 정겹기 짝이 없었다.

 정자 옆에서는 부슬부슬 내리는 빗줄기가 아낙들의 재롱(?)을 지켜보며 여전히 대지를 적시고 있었고...

 장대비라도 쏟아 졌다면 누군가의 집에 다같이 모였거나, 마을회관으로 집합해 파전 부치고 막걸리 한잔 준비해 지지미 파티라도 벌렸을 아줌마들이었다. 온 동네 사람들에게 죄다 전화를 걸어 “할 일도 없는디, 나와서 막걸리 한잔 하고 가셔유” 연락했을 우리 동네 아줌마 부대.

 참 단결도 잘 되고, 네것 내것 가리지 않는 친자매 같은 분들이다.
 비 오는 날, 텔레비전 소리 웅웅대는 좁은 방구석에서 엉덩이 찜질만 하고 있지 않고 넓게 트인 마을 한가운대로 모여 든 동네 마실.

 이집 저집에서 또래들이 모여들고 누군가 전날 끊어졌던 이야기꽃을 풀어 놓기만 하면 그 뒤부터는 실타래가 줄줄 풀어지듯 이어지는 이야기에 연신 터지는 웃음 보따리. 그동안 쌓였던 피로는 모두 달아날 것이다.

 지금이야 약간 농한기지만 이제 곧 농번기가 도래하면 너나 없이 바쁘기만 해서 얼굴 한번 제대로 보기도 힘들텐데 이렇게 마음의 여유라도 가지고 마을 한가운데서 보여준 아낙들의 예상치 못한 퍼포먼스는 그렇게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었다.

 아직도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맞은편 쌈지골 언덕배기에서 “아, 아, 마이크 마이크 시험중... 아, 아” 하는 이장님 목소리가 온 마을에 울려 퍼질 때쯤에야 이분들의 모임은 끝이 났다.

 동네 가운데서 펼쳐진 아줌마들의 한낮 마실 행사. 참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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