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전체기사

전체기사

충남넷 미디어 > 소통 > 전체기사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2013.02.15(금) 08:32:06오명희(omh122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일전엔 시어머니 49재에 쓰일 음식준비 하느라 밤잠을 설쳤다. 행사 전날엔 밤늦도록 아이들과 부침개와 밑반찬을 만드느라 자정을 넘겼다. 그리고 49재 당일엔 평소보다 두어 시간 일찍 일어나 새벽부터 산적이며 나무새 등 그 밖의 음식준비로 몇 시간 동안 주방 신세를 져야만 했다.

오전 9시 30분, 동기간들과의 약속시간은 다가오는데 창밖은 탐스런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마치 어머니의 혼령인 듯, 빈 나뭇가지마다 하얀 눈꽃송이들이 소담스레 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갑작스런 일기 변화로 어머니 묘소 대신 집에서 49재를 지내야 했다. 어머니 자식들 삼형제만이 모여 조촐한 행사를 치러야 했다.

손아래 시뉘들은 평소 여느 행사 때와 같이 참석 여부에 관해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래서 그날도 당연히 오는 줄 알았는데, 그날은 어찌된 영문인지 시뉘들이 오지 않았다. 우연치고는 기묘하게도 몇 십 년 만에 시뉘들의 마음이 일치한 걸까. 그 사연도 다양하게 지난 어머니 49재 땐 시뉘 넷이 모두 불참한 것이다. 부모님 살아 계실 땐 언제나 들쑥날쑥 했는데 말이다.

참으로 황당했다. 손위 형님들은 몰라도 손아래 시뉘들은  거주지를  지척에 두고 있기에 꼭 참석할 줄 알았다. 그래서 그날 먹을 음식까지 넉넉하게 준비 했는데 오지 않으니 내심 실망감이 컸다. 그러나 이내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이지 않는가. 그런데 참석을 못했을 땐 오죽했을까라고 내 스스로 마음을 다스렸던 것이다. 

옛말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다. 이는 즉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협력하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그렇다. 그날도  딸아이와 아들이 음식준비를 하는데 도움을 주어서 일처리를 빨리 끝낼 수 있었다. 장성한 자식들이 내 곁에 있는 것만도 든든한데 주방 일까지 거들어주니 이제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하다.

지난 설 명절엔 어머니 49재때 쓰인 음식이 채 소비되기도 전에 곧바로 또 설날 차례 상에 올릴 장을 봐 음식 준비를 해야 했다. 총 세집이 모여 시끌벅적했던 1박 2일간의 설 연례행사가 끝났다. 우리 가족을 포함에 두 시동생네와 조카며느리에 꼬맹이까지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오후 5시가 다 되어 동기간들을 배웅하고 몇 년 만에 남편과 나는 아들을 데리고 친정 언니네로 향했다.

그곳엔 친정 부모님과 출가한 조카 딸네가 와 있었다. 모처럼 친정 식구들이 모여 후듯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 길에 오를 땐 밤하늘의 별들도 맑은 눈망울을 굴리며 우리들의 외출을 마음껏 축하해 주었다. 그렇게 속전속결해서 일까. 저물녘 집을 나서서 집에 도착하기 까지는 불과 두어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귀가 후 딸아이와 나는 대 가족이 모여 1박 2일 동안 사용했던 그릇들을 말끔히 정리정돈하고 피로감을 풀고자 족욕을 했다. 어머니 49재에 이어 설 명절 그렇듯 숨 가쁘게 치룬 두 번의 행사, 이제 몇 달간은 평화로울 것 같다. 이제 우리 가족만이 덩그라니 남아 있으니 말이다.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