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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귀한 선물

2012.10.25(목) 00:09:13오명희(omh122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 추석엔 남편의 권유로 모 대학 교수님께 우리 농산물을 선물했다. 내게 맨 처음 시심을 심어준 존경하는 스승님께 말이다. 그날  포장박스 속의 내용물들은 이러했다. 가지, 고구마순, 동부콩, 호박잎, 산나물 외에도 매실액, 들기름, 들깨가루 등으로 풍성하게 채워졌던 것이다. 그 농작물들은 남편이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운 무공해 찬거리였다.

또한 들기름과 들깨가루도 남편이 손수 들깨 모를 부어 모종을 해 키워서 결실을 본 것이다. 계룡산 청정지역의 건강식품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중국산이 국산으로 둔갑하고 있는 현 시점에 있어 어쩌면 그 식품들은 도시 사람들에게 귀한 먹거리가 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성스레 남편과 나의 뜻을 전하게 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매실액 또한 몸에 좋은 건강식품으로 오래 전 해남 땅끝 마을에서 어린 묘목을 구입해 심은 것이다. 그 매화나무는 해마다 봄이 오면 담장 곁에서 아름드리 꽃망울을 터뜨린다. 그 후 맺는 탐스런 열매로 메실엑이 탄생되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귀하지 않겠는가.     

그 선물 보따리를 전달하게 된 시점은 한가위를 며칠 앞둔 9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때는 아침저녁과는 달리 한낮엔 무척이나 더웠다. 남편은 그 푸성귀들의 신선도가 행여나 떨어 질 새라 박스 안에 아이스 팩을 넣어 정성껏 포장을 했다. 마치 자신의 피붙이들에게라도 보내듯 말이다.

남편은 맏이로서 평생 고향을 지키고 사는 충청도 출신답게 마음 씀씀이 또한 소탈하다 선·후배간의 의리를 중요시 하는 반면에 언제나 우리 것을 최고로 여긴다. 그래서인지 동기간들에게는 물론 도회지에 사는 지인들에까지 무공해 채소를 나눠 먹길 즐긴다. 우리나라 전통 음식인 재래식 된장과 고추장 또한 남편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담가 먹으니, 생활풍습과 식생활에도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수 년 전 어느 늦가을 밤의 일이다. 그날 남편은 나에게 차츰 사라져 가는 우리 생활풍습이 아쉽다며 지인들을 초대해 우리 집에서 인절미 떡 파티를 하자고 했다. 그래서 부부동반으로 몇 집이 우리 집에 모였다. 마당가에 가마솥을 걸고 찬물에 불린 찹쌀을 시루에 안처 장작불을 피워 익혔다. 그리고는 절구통에 쿵딱쿵딱 다져 거실에 옹기종기 앉아 손수 인절미 떡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듯 남편은 겉치레 보다는 비록 볼품은 없지만 정이 묻어나는 속치레를 더 우선시 한다. 늘상 흙처럼 살아서인지 생활신조가 남다르다. 선물은  받는 사람이 부담을 느껴선 안 된다며, 자신의 손길 깃든 농작물을 선물 대상물로 삼는 것이다. 언제부턴지 주는 기쁨이 몸에 밴 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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