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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알의 결명자 씨가 보여준 생명농사

2011.10.20(목) 황소걸음(haengnim5604@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 동네 어르신들은 농사에 관한 한 거의 전문가들이십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십 년간 농사를 지어 오셨으니 농사에 관해서야 나름대로 거의 도통한 단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 어르신들은 농작물을 크고 튼튼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땅에 비료나 거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사실 꼭 그렇지만 않습니다. 땅에 아무것도 주지 않아도 아주 잘 자라는 식물이 분명히 있습니다. 결명자가 바로 그것입니다. 눈을 밝게 해 준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 결명자(決明子). 

  한 알의 결명자 씨가 보여준 생명농사 사진  

올 봄에 전혀 뜻 밖의 식물이 집 앞에 싹을 디밀었습니다. 집 앞에는 조그만 밭이 있는데 그 밭은 집으로 들어오는 수도꼭지를 묻기 위해 콘크리트를 걷어 놓은 반 평도 안되는 작은 땅입니다. 이곳은 꽃밭도 아니고 텃밭도 아닙니다. 그래서 거름을 주거나 더욱이 비료를 준 적이 전혀 없습니다. 또 어떤 씨도 뿌린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싹이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싹이 땅콩인 줄 알았습니다. 워낙 땅콩을 좋아해 땅콩을 많이 먹는데 꽃밭에 음식물 찌꺼기를 버리려하다가 한 알이 떨어져 싹이 튼 줄 알았습니다.

아무튼 오고 가는 길에 이 작물을 아주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들어오는 계단 바로 앞이니까 어쩔 수 없이 늘 보고 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땅콩인 줄 알았는데 땅콩이 아니고 결명자였습니다. 어쩌다가 결명자 씨가 떨어져 싹이 나게 된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잎입니다. 밤에 햇빛이 없을 때에는 아주 완전히 잎을 접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 햇빛이 비취면 잎을 펴서 동화작용을 시작합니다. 왜 밤에 굳이 잎을 접을까? 아무튼 밤에 잎을 접는 식물을 보지 못해서 무척 신기했습니다.  

  한 알의 결명자 씨가 보여준 생명농사 사진  

이렇게 결명자는 재미를 더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자라났습니다. 잎을 깎아 먹는 벌레도 거의 없었습니다. 간혹 메뚜기가 보였는데 그것도 사마귀가 자리 잡고 나서는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7,8월이 되니 1m 이상의 키가 자라고 옆으로도 그 키만큼 45도 각도로 줄기가 자라나서 오가는 길을 번거롭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잎의 겨드랑이에서 노란 꽃이 피었고, 잎이 진 뒤에 는 활모양의 꼬투리가 열렸습니다. 열매는 더욱 커져 누렇게 변해갔습니다. 호기심으로 그 열매를 따보았더니 꼬투리 속에는 팥보다 작은 열매가 한 줄로 들어있었습니다. 콩과 식물이라더니 콩처럼 열매가 맺었습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결명자의 생장과정을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땅에 아무 것도 주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견실하게 자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결명자가 콩과 식물이기 때문에 땅에 아무런 비료도 주지 않아도 스스로 공기 중에서 질소를 잡아 뿌리에 가져가기에 이토록 왕성하게 자랄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충해나 병해도 거의 없어 한 나무에서 제법 많은 양의 열매를 거둘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결명자의 성장과정을 유심히 보면서 저는 생태농업, 생명농업에 대한 생각을 더욱 굳게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제까지 우리는 무언가를 키우기 위해서 흙에 무엇을 주어야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심기 전에 흙을 갈아엎고 비료와 거름을 충분히 주고 씨를 심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이제까지 알고 있던 관행농사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더라도 흙이 건강하면 그 흙 속에는 이미 작물에 필요한 요소들이 들어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결명자가 콩과 식물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다른 작물도 가능하다는 것이 바로 생태농업의 시작입니다.

미생물의 먹을 거리와 성장 환경을 잘 만들어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산 속에는 이런 생태의 순환이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누가 거름을 주지 않아도 먼저 자란 나무들이 잎을 떨굽니다. 떨어진 잎은 흙 속에서 썩습니다. 그리면 그 흙이 건강해 집니다. 썩는다는 것은 곧 미생물들이 분해돼 유기물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해서 스스로 흙이 건강해 지면 그곳에서 그 많은 밤도 열리고, 벌들이 좋아하는 진한 아카시아 열매도 열립니다.  

  한 알의 결명자 씨가 보여준 생명농사 사진  

생명농사는 바로 이렇게 흙을 살리는 농사입니다. 흙이 살면 강도 살고 공기도 깨끗해집니다. 물론 그 흙에서 나오는 건강한 작물을 먹고 사는 우리도 건강해 지겠지요. 우연히 떨어진 결명자 씨 하나가 생명농사에 대한 더욱 깊은 확신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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