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말도 어김없이 두 아들 녀석의 성화에 못이겨 일단 집을 나섰습니다. 주말이면 산으로 바다로 가고 싶어하는 아들녀석들 때문에 제대로 채비도 못 갖추고 바다로 향했지요.

망둥어가 많이 잡힌다는 서해. 그중에서 궁리포구를 목적지로 정했습니다. 안면도 길은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코스입니다. 오늘은 망둥어 낚시다! 꽃게도 아니고 고등어도 아니고. 쭈꾸미도 아니고. 그동안 안 잡아본 망둥어 라는 소리에 아이들이 더 신나했습니다.

망둥어는 식성이 좋아 금새 먹이를 덥석덥석 물기 때문에 작은 대나무 낚시대로도 충분히 잡을수 있다고 합니다. 지렁이와 낚시대를 추가로 구입하고 궁리 포구로 향했지요.


일요일 오전 11시에 도착하니 물이 제법 많이 빠져 있었습니다. 아저씨들이 허리까지 올라오는 비닐옷을 입고 바닷속에 들어가서 망둥어를 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장화와 연결된 비닐옷은 어디서 사는건지 조차 모르는 초보 낚시꾼 남편이 잠시 망설이더니 그냥 반바지 입고 들어가겠다고 하더군요.


큰아들도 아빠따라 바다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허리까지 물이 닿을만큼만큼만 바닷속으로 들어가서 낚시대를 던져놓고 기다리면 망둥어가 덥썩 문다나요? 아직 바닷속에 들어갈수 없는 일곱살 작은 녀석을 데리고 저는 갯벌체험을 하였습니다.


게도 잡고 고둥도 많았습니다. 역시 아이들은 이렇게 손으로 만지고 잡고 관찰하고 노는게 제일 신나는 일인것 같습니다.


갯벌사이에 고여있는 바닷물 웅덩이에는 망둥어 새끼들이 많이 살더라구요. 아들이 자꾸 송사리라고 우기는 바람에 송사리는 바다에 살지 않는다고 설명을 해 주자, 믿지 않더라구요.


송사리든 망둥어든 아들녀석의 눈에는 그냥 아기 물고기겠지요. 불쌍하니까 잡지는 말자는 아들이 너무 귀엽고 대견했습니다. 한쪽에서는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호미를 들고 와 조개를 캐고 있었습니다.


아이들보다 더 신나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재밌다고 하신네요. 저도 옆에서 기다란 돌을 주워 몇번 팠더니 정말 작은 바지락이 나오더라구요. 저도 신나고 아들도 신나고 바지락을 발견할때마다 손이 아픈줄도 몰랐습니다.


작은 봉지에 담아 모아놨다가 다시 바다에 놓아주었지요. 아들녀석이너무 작아서 먹을수는 없으니 놓아주자고 하더라구요. 몇시간째 바다를 놀이터 삼아 신나게 놀다보니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바다에서 망둥어를 잡던 아저씨들도 한 두명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망둥어를 한망탱이씩 잡아서 나오는 모습이 만선을 이룬 선장님 같은 표정들이셨답니다.


남편과 큰아들도 무려 다섯마리나 잡았다며 좋아하더라구요. 다른 분들은 백여마리를 잡았는데 초보낚시 부자는 그렇게 잡은 다섯마리를 가지고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 참, 웃기기도 하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한쪽에서 아저씨들이 망둥어 배를 갈라서 손질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배를 갈라 내장을 빼고 햇볕에 말리면 맛좋은 술안주가 된다네요. 비록 우리 가족은 망둥어를 많이 잡지는 못했지만 재밌고 행복한 체험이었습니다. 때늦은 점심을 먹고 나오니 어느새 물이 가득 들어와 있었습니다. 다음번엔 지렁이를 더 많이 사오자는 남편과 아들의 대화를 들으며 집으로 돌아오는길.


망둥어는 그렇게 우리 가족에게 또다른 추억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