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사무실의 경제가 아주 ‘깜깜한 밤중’이었는지라 예년과는 달리 차비조차도 한 푼을 못 받았네요. 다만 김과 식용유가 들어간 선물세트 하나만으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어쨌거나 어제는 사랑하는 아들이 오는 날이었습니다.
약속대로 아들은 오후 6시를 갓 넘겨 도착했지요. “우리 아들 어서와, 차 밀려서 고생은 안 했니?” 그러자 아들은 호탕하게 웃었습니다. “열차로 왔는데 밀릴 턱이 없지요. 참~!” 그러면서 하는 말이 서울의 제 여동생(딸)에게 마침 용하게 하나 빈 KTX 열차표를 온라인으로 구입하여 휴대폰으로 ‘쏘아 주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 참 잘 했다. 역시 오빠가 제일이다!” 그리곤 이번엔 딸의 휴대전화를 불러냈지요. “오빠가 차표 보내줬다며?” “네!” “그럼 내일 몇 시에 도착하니?” “서울역에서 10시 차니까 한 시간 뒤면 도착할 거예요.” “그럼 그 시간에 맞춰 아빠랑 오빠가 역 앞으로 마중을 나가마. 거기서 만나 시내에서 아예 점심을 먹고 들어오자꾸나.”
“네. 잘 알았습니다. 그럼 내일 뵈어요.” “오냐.”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났는데 아들이 넌지시 제 손에 쥐어주는 게 있었습니다. “이게 뭐니?” “얼마 안 되지만 용돈으로 쓰세요.” 순간 고마워서(!) 하마터면 감격의 강물이 넘쳐 흘러 콧등까지 시큰거릴 뻔 했습니다.
그래요, 그건 바로 아들이 준 추석 용돈이었습니다. 떨거둥이의 그야말로 알가난 빈민으로 추락한 지도 꽤나 되었습니다. 그렇긴 하되 실로 눈물겨운 자린고비의 행각을 무기로 삼아 어찌어찌 두 아이를 대학까지 가르칠 수 있었지요.
개인적으로 아이들에 대한 교육은 장차 녀석들이 세상이라는 바다를 상대로 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사 주는 것이라 믿고 있는 터입니다. 이런 저의 예상은 적중하였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작년부터 취업하여 대기업에 다니는 아들은 언제부터인가 제게 용돈도 곧잘 주는 효자의 길에 접어들었으니 말입니다.
진부한 말이겠지만 아무리 재산이 태산처럼 많다 한들 자녀가 불효자라고 친다면 이는 분명 말짱 도루묵입니다. 제가 비록 재물은 없으되 든든한 아들에다 ‘고마운 오빠’까지 두었으니 이만하면 커다란 부자가 아닐까요?
오늘은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지금 머리에 염색을 하고 있습니다. 이따 만날 사랑하는 딸에게 조금이라도 더 젊게 보이려고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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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이 들고 온 추석선물세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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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살이 고운 새색시처럼 하얗고 단 배는 둘이 먹다가 셋이 죽어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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