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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유산과 세습

씨호박과 알토란

2011.09.07(수) 홍경석(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추석이 불과 닷새 앞으로 코를 내밀었습니다. 그러나 올 추석은 사상유례가 없을 정도로 그렇게 제 주머니 사정이 말이 아닙니다! 이런 까닭으로 진즉에 보내줘야 마땅했을 서울의 사랑하는 딸내미에게로의 용돈조차 송금을 못 했네요.

딸은 현재 대학원 1학년생입니다. 알바를 한다곤 하지만 매달 신림동의 원룸 월세를 내고 가끔은 밥도 사 먹어야 하기에 매달 그렇게 마치 빚쟁이에게 쫓기는 듯한 나날이죠. 제가 잘 산다고 한다면야 무에 걱정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매우 헐한 박봉의 비정규직입니다. 이런 때문으로 딸을 대학까지 가르치는 것만으로 충분히 힘에 부쳤지요. 물론 딸은 대학 4년 재학 내내 단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장학금을 받은 자타공인의 재원입니다.

이 여세를 몰아 지난 7월엔 내년치까지의 대학원 장학금을 모 대그룹 주체의 재단에서 받는 기염을 토했지요! 덕분에 저의 어깨 또한 가볍긴 하지만 정작 문제는 당장에 닥치는 추석을 넉넉히 쇨 깜냥조차도 못 된다는 것이죠.

어쨌거나 제 아무리 오른 물가로 말미암아 더욱 어렵긴 하되 추석날의 선친 차례상에 햇과일과 기타의 음식을 올리지 않을 순 없는 노릇입니다. 추석 전에 못 받은 돈을 받으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테니 말이죠.

하여간 이처럼 경제적으론 어떤 사면초가의 처지이긴 하여도 딸만 떠올리자면 제 마음은 금세 바람 빵빵한 만족의 애드벌룬이 되곤 한답니다. 왜냐면 딸은 모두가 인정하는 미래의 동량인 때문이죠.

이미 ‘자랑했듯’ 딸이 내년치까지의 대학원 장학금을 수령할 수 있었음의 원천은 바로 공부만큼은 귀신이 곡할 정도로 그렇게 잘 하는 이른바 ‘공부의 달인’인 까닭입니다. 초등학교 적부터 고교 졸업 때까지 줄곧 전교 수석을 질주했던 딸은 출신고교서 유일하게 S대를, 그것도 장학생으로 합격하였지요!

그같은 쾌거는 또한 누구처럼 사교육에 의존한 것이 아닌 그야말로 자강불식에 근거한 ‘인간승리’였기에 우리 가족들의 기쁨은 이루 말 할 나위조차 없는 환희였던 것입니다. “헌데 어찌했기에 그처럼 좋은 결과를 얻었느냐?”는 질문은 이웃과 지인들로부터도 귀가 따갑게 들어왔기에 구태여 부언하렵니다.

그건 바로 칭찬이 가져다 준 힘이었던 것이죠. 입찬소리가 아니라 정말이지 저는 예나 지금이나 항상 없이 살았습니다. 그러했기에 아이들에겐 줄 것이 딱히 없었지요.

대신에 “너는 잘할 수 있어!” “이번 시험은 망쳤다지만 다음 기회가 있으니까 그 때 더 잘 하면 돼!” 내지는 “네가 못 했다면 다른 애들은 더 못 했을 거야.”라는 따위로 격려와 더불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누구라도 좋은 습관은 계속하고 볼 일입니다. 헌데 아이들을 예전부터 칭찬으로 키운 원동력은 바로 저 또한 생전의 선친으로부터는 칭찬을 계속하여 받고 자란 데 따른 어떤 유산과 세습이었던 것이죠.

예컨대 제가 학교서 상장을 받아오면 “우리 아들 참 잘 했다! 우리 어서 시내로 나가자. 짜장면 사 줄게.” 이런 긍정의 패러다임이 저도 모르게 그만 제 정서 깊숙이까지 스며들었다는 얘기입니다. 대기업 사원인 아들과 함께 사랑하는 딸을 개인적으론 씨호박(씨를 받기 위하여 잘 익은 다음에 따는 호박)이자 알토란이라고 느끼는 터입니다.

내년부턴 병원의 레지던트로 나가는 딸이 벌써부터 그리움으로 선뜻 다가오네요! 한가위 차례상에 절을 올릴 때는 다시금 제게 튼실한 딸과 아들을 선물하신 선친께 감사를 표할 생각입니다.

  어떤 유산과 세습 사진  
▲ ▲ 마당의 감나무에서 홍시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 또한 미래엔 분명 ‘홍시’처럼 더 달고 실(實)한 동량(棟梁)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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