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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엘레지(photo élégie)

지금껏 살아계셨더라면

2011.08.02(화) 홍경석(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제 L문화재단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곤 “지난 <2011 장학금 증서> 수여식의 참여 학생 아버지입니다. 담당자님 좀 바꿔 주시겠어요?”라고 정중히 부탁을 했습니다. 그러자 잠시 후 다른 분이 전화를 받으시더군요.

하여 그분께 “그날의 행사 사진이 올라왔나 오늘도 귀 재단의 사이트에 들어와 봤으나 여전히 함흥차사로군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껄껄 웃으시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따로 사진을 올리지 않습니다.”

순간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의 말씀이 뇌리를 스치더군요. 이는 그러니까 무언가 선행(善行)을 하였어도 굳이 드러내진 말라는 교훈이자 묵시적 잠언(箴言)이랄 수도 있겠습니다.

여하튼 그래서 저는 그분께 그날 촬영한 사진이 있으면 이메일로 보내주실 수 있겠느냐고 물었죠. “그럼요~!” 오늘 오후에 드디어 그 사진이 제 이메일로 도착했습니다. 감사의 답신을 먼저 보낸 뒤에 도착한 사진을 제 블로그에 저장했지요.

그러나 정작 그 사진을 인화하려니 저 자신이 컴퓨터를 잘 다루는데 있어선 젬병이고 보니 어찌 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장동료이자 선배님을 불러 부탁을 드렸지요. “아~ 요거? 내가 금방 해결해 줄게.”

선배님께선 즉시로 USB를 가져다 제 PC의 포트에 꽂더니 사진관을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자랑스런 딸의 사진을 어서 보고픈 마음에 동동거리며 선배님의 뒤를 따라갔지요. 현상소에선 그러자 불과 10분도 안 되어 보기만 해도 근사한 딸과 다수의 장학금 증서 수혜자 기념촬영 사진을 척~ 하니 뽑아주는 것이었습니다.

셈을 치르고 나머지 업무를 서둘러 마친 뒤 집으로 퇴근하는 발걸음엔 평소와 달리 힘을 배가했습니다. 귀가하자마자 액자를 찾았지요. 그리곤 그 사진을 갈무리하여 거실의 벽에 걸었습니다.

그러노라니 다시금 내년치까지의 대학원 장학금을 받은 딸이 여간 자랑스럽고 대견한 게 아니었습니다! 아울러 과거완 마치 상전벽해처럼 다르게 너무도 빠르게 사진을 인화할 수 있는 ‘참 좋은 세상’이란 천착에도 새로이 눈이 떠지는 기분이었지요.

오래 전 눈을 감으신 선친께선 딱 한 장의 사진만을 남기고 이 세상을 버리셨습니다. 그처럼 사진마저 달랑 하나라는, 지독스레 기승을 부렸던 가난과 슬픔의 삭풍이었기에 천안의 백석동 공원묘지에 선친을 묻던 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지금껏 생존해 계셨더라면 분명 저 이상으로 환호작약하시며 자타공인의 재원인 손녀딸을 끌어안고 예뻐하셨을 아버님이 불현듯 포토 엘레지(photo élégie)의 그리움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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