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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역 가락국수 단상

어떤 그리움의 등불

2011.01.10(월) 홍경석(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은 서울에 일이 있어 상경했다. 작년에 등단한 모 문인협회의 2011 시무식 겸 신인작가 공모전에서 당선된 문인들의 상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상견례(相見禮)는 결혼식을 앞두고 신랑과 신부 양가의 가족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 외에도 신랑 신부가 서로에게 동등한 예를 갖추어 마주 보고 하는 인사를 뜻한다.

이밖에도 공식적으로 서로 만나 보는 예(禮)를 포함하기도 하는데 여하튼 공식으로 등단하기 전에 치르는 상견례는 급속한 친밀감의 접착제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마치 대학에 합격한 새내기가 개강을 앞둔 상견례 형식의 모꼬지에 참석하게 되면 개강과 동시에 급속도로 친근해지는 것처럼 그렇게. 여하튼 무궁화호 열차표를 끊곤 열차의 도착시간 10분 전쯤에 플랫폼으로 나갔다. 그러자 주문하는 즉시로 나온다는 가락국수를 파는 곳이 보였다. 마침 점심 때가 멀지 않은 시간이었는지라 배가 출출했다.

그래서 가락국수를 한 그릇 주문했는데 토렴(밥이나 국수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여 덥게 함)하여 나온 가락국수는 썩 맛이 좋았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이윽고 도착한 열차에 오르니 진시황조차 부럽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는 대저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우리 모두의 인지상정 정서에 입각한 감흥이었음은 구태여 사족이다. 열차는 여전한 엄동설한의 철길을 뚫고 서울을 향해 질주를 시작했다.
열차가 천안에 도착하자 많은 승객이 탑승하여 객실 안은 더욱 득시글거렸다. 또한 첨단문화의 산물이자 또 다른 정보통신의 총아로까지 불리는 스마트폰을 손에 쥔 이가 곁의 좌석에서 마치 중계방송이라도 하듯 자신의 현재 위치를 시시각각 타인에게 보고하는 바람에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그렇지만 불변한 건 지난날의 추억은 여전히 많은 그리움들을 내포하곤 봇물이 터지듯 그렇게 나를 덮친다는 사실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로부터 사통팔달의 요충지인 천안역은 기차를 기다리는 중에 플랫폼에서 사 먹는 가락국수의 맛이 호두과자에 이은 또 다른 일품이었다. 가락국수는 천안역 앞의 능수버들을 끼고 있는 집에서도 팔았는데 여기의 주 고객은 당시에 있었던 시외버스(터미널)의 승객들이 주류를 이뤘다. 참으로 가난했고 불운했기에 어쩔 수 없이 소년가장이 된 나는 시외버스 터미널을 상대로 행상을 하였는데 그로 말미암아 만날 점심의 주 메뉴는 능수버들 옆의 가락국숫집이었음은 당연지사였다.

한데 천만다행으로 그 국숫집은 초등학교 동창생의 부모님이 운영하신 덕분으로 나는 국수만 단출하게 먹은 게 아니라 친구의 어머님 혹은 누님이 다른 손님 몰래 슬쩍 건네주신 공깃밥까지로 배를 넉넉히 채웠던 것이다. 작년 동창회에 나가 그 친구에게 물으니 부모님은 이미 작고하여 안 계신다고 했다. 그렇긴 하더라도 열차를 타고 천안역을 지나거나 하차할 적이면 이제는 어떤 큰 건물로 변해버린, 과거의 국숫집이 있었던 자리는 다시금 환한 그리움의 등불로 다가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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