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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다에서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

2010.08.28(토) 유 희(eyu07@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 바다에서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 사진  

휴식이 필요한 오후, 길을 떠났다. 당진 바닷가에 다다랐다. 성구미항이다. 햇살에 반사된 바다는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 푸르고 푸르렀다. 제법, 멋지다.

“아!”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심장 박동수는 높아지고, 감성의 페르몬이 마구 분출된다. 딱딱한 나무처럼 감성이 메마른 사람이 아니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바다다....”

바다는 영원한 여름의 로망이다. 바다에 발을 담그고, 몸을 던져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 뿐만 아니라 단순히 바다를 보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바다를 보는 사람의 감성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 문득 바닷가에 사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는 옛말이 떠오른다. 바다를 자주 찾으면 나의 감정도 순화될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부드럽게, 여유롭게~

땡볕이다. 34도를 웃도는 여름 더위. 폐부를 뚫을 듯 거침없이 내리쬐는 따가운 햇볕이 야속한 여름이다. 그늘 한 점 없는 당진 바닷가도 마찬가지다. 그 타는 듯한 뜨거움에 여름의 로망 바다의 아름다움도 잠시 잊는다.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 없을까. 주변을 둘러보며 잠시 고민해 본다.

다행히 바닷가에서 쉬고 있는 배가 보인다. 늠름하기까지 하다. 배의 듬직한 자태가 제법 그늘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바로 저거다!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세상에 어떤 천막보다 멋있다. 여자의 로망이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지후선배가 했던, 손발이 오그라드는 닭살 멘트 “하얀 천 하나만 있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어.”도 부럽지 않다. 이처럼 멋진 풍경은 없을 듯 하다. 영화 속의 한 장면같다.

그늘에 몸을 쉰다. 제법 더위가 수그러진 느낌이다. 안락한 느낌마저 든다. 파아란 바다. 그림처럼 떠 있는 배들의 풍경이 다시 눈에 쏘옥 들어온다. 사물은 언제나 그대로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보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될 수 있으면 많은 것을 보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배와 그늘. 그리고 휴식. 제법 낭만적이다. 배가 만들어주는 그늘에서 쉬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불과 5분전 더위 속에서의 방황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궁하면 통한다더니... 흐뭇하다. 발 앞에서 넘실대는 파도가 나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내는 듯하다. 호화유람선 여행이 부럽지 않아진다. 흥얼흥얼 감상을 읊조린다. 재미있다. 키득키득 웃으며 단어를 고른다.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낭독을 한다.

“뱃 그늘에 앉아 여름을 지운다. 파도의 박수를 받으며~” “알알이 맺힌 더위, 파도와 함께 사라진다” “너와 나, 파도만이 아는 여름의 낭만!” 짝짝짝~

진짜 여름의 낭만 속으로 여행을 한 기분이다. 삶의 잡다함에 치어 시집은커녕 시조차 읽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감성은 메말라가고 지식만 쌓여갔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묻혀서 말이다. 그랬는데, 바다를 보고, 더위로 인해 뜻하지 않게 배가 주는 유쾌함에 빠져 있노라니 저절로 말이 나온다. 그냥 말이, 시가 된다. 비록 아직 어리고 부족한 시어지만 말이다. 더불어 즐기고, 행복하면 되는 것 아닌가. 자연인이 되어... 

나는 평소와 같은 나이지만, 마음 속에서는 무언가 조금 바뀐 것 같다.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성구미항, 그 바다가 준 시어들이 올올이 가슴에 맺혀 있다.

혼자만의 놀이에 잠시 취했었나. 계속 머물 수 없기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걸음을 옮겼다. 잠시...그리고 돌아오는 길 피식 웃음을 머금는다. 내가 머물렀던 그 곳, 그 소담한 그늘에 다른 손님들이 앉아 있었다.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폼이 정겹다. 무슨 말이 오가는지는 모르겠지만, 편안해 보이는 그들의 등이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아마도, 뜻하지 않게 바다에서 만난 낭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리라. 나처럼, 행복에 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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