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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곡사 소나무숲길에서 솔향에 취하다

2009.12.24(목) 잎싹(kji206@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아산 지도를 펼쳐보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이 울창한 송림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아산 봉곡사였다.

당진고속도로를 잠시 달려 수덕사 IC로 나와 아산으로 가는 길은 예전보다 훨씬 단축되었다. 아산 송악면 남단 봉수산의 동북쪽 계곡에 있는 고찰 봉곡사 가는 길은 한적한 시골길. 이른 아침의 아름다운 햇살 안고 도착한 봉곡사는 마을어귀에 널찍한 주차장이 있었다.

송림숲을 걸어서 올라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차를 주차하고 잘 정비된 임도를 올라갔다. 양쪽으로 늘어선 송림과 굴참나무가 조화를 이루며 제각각 유연한 곡선으로 빽빽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봉곡사 소나무숲길에서 솔향에 취하다 사진  
▲ 700m 정도로 아름다운 숲길이다.

이른아침, 찬서리 내려앉은 송림의 향긋한 내음이 가슴속까지 채워주며 발걸음이 느긋해졌다. 우측으로 계곡이 자리잡고 있어 여름이면 물소리와 함께 시원함이 저절로 느껴질것 같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부딪치지 않고 융통성 있게 자란 소나무는 모양이 제각각이다. 그래서 더 아름다운 숲속의 풍경이 맑게 울려 전해져 오는것 같다.  

  봉곡사 소나무숲길에서 솔향에 취하다 사진  
▲ 유연하게 뻗은 소나무는 하늘을 다 가릴정도로 웅장하다.

곧게 뻗은 소나무는 세월이 지나면 목재용으로 잘려서 사용되지만 굴곡진 소나무는 쓸모가 없어 베어내지 못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세월을 버티고 있는거라고 했다. 아마도 봉곡사 송림들은 서로가 공존할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한 것일까?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송림 숲길은 그래서 더 유명한지도 모르겠다. 나이듦에 멋지게 늙어가기란 참 어렵다. 저 아름다운 소나무처럼 나도 아름다운 주름을 가지며 늙어갈수 있을까. 

  봉곡사 소나무숲길에서 솔향에 취하다 사진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길”로 지정되기도 한 송림숲은 솔 내음 콧끝으로 전해져 발걸음을 느긋하게 만들어 준다. 천천히 걸어올라도 700m 숲길은 10여분이면 오를수 있다. 

  봉곡사 소나무숲길에서 솔향에 취하다 사진  
▲ 만공스님의 친필이 새겨진 만공탑

봉곡사에 이르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건 홀연히 자리 잡은 만공탑이었다. 만공탑에는 만공스님의 친필인 세계일화가 적혀있었으며 안내판에는 깨달음을 읊었다는 유명한 오도송이 안내되어 있었다.

그 글을 옮겨보면, 空山理氣古今外 (빈 산의 이치와 기운은 옛과 지금의 밖에 있는데) 白蕓淸偑自居來 (흰 구름 맑은 바람은 스스로 오고 가누나.) 何事達磨越西天 (무슨 일로 달마는 서천을 건너 왔는가?) 鷄鳴丑時寅日出 (축시엔 닭이 울고 인시엔 해가 뜨네) 

  봉곡사 소나무숲길에서 솔향에 취하다 사진  
▲ 봉곡사 경내 전경

고찰 봉곡사는 인적이 없어 고즈넉한 분위기가 엄숙함을 느끼게 했다. 봉곡사는 1993년 충청남도 문화재재로 제323호로 지정되었다. 통일신라시대인 887년(진성여왕 1)에 승려 도선이 창건하여 석가암이라고 하였는데, 조선시대인 1794년(정조 18)에 대웅전을 중수하고 요사를 중건하면서 절 이름을 봉곡사라고 바꾸었다.  임진왜란 때 폐허된 것을 인조 24년에 고쳐 지었으며 1891년(고종7년)에 서봉화상이 수리하여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봉곡사 소나무숲길에서 솔향에 취하다 사진  
▲ 대웅전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겹처마로 된 맞배지붕 건물이며 고풍스런 목조건물 구조이다. 본존불로 목조 석가모니불이 봉안되어 있고 양쪽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협시하고 있다.

겹처마 밑에는 재미 있는 탱화가 미소를 머금게 하며 친근감이 느껴졌다.

  봉곡사 소나무숲길에서 솔향에 취하다 사진  
▲ 쪽문이 인상적인 대웅전 측면

다른 절과 달리 주출입문이 민가의 쪽문처럼 아주 작은게 이색적이었다. 서 너컬레의 신발이 있어 예불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실내모습이 궁금하였지만 방해되는 듯해서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사진만 담아본다. 

  봉곡사 소나무숲길에서 솔향에 취하다 사진  
▲ 향각전

대웅전 왼쪽으로 단아한 향각전이 자리잡고 있었다. 대나무 울타리가 단아하게 경계를 만들어 고즈늑함을 더 느껴지면서 방안 메주가 바람과 소통하며 매달려 구수한 속맛을 느끼게 하는것 같다.

산사의 겨울은 서서히 이렇게 장맛과 함께 묵어가는 모양이다. 향각전 뒤로 대나무 숲은 서걱거리는 마른 바람소리와 함께 향각전의 모습을 더 옛맛을 느끼게 했다. 

  봉곡사 소나무숲길에서 솔향에 취하다 사진  
▲ 고방의 측면모습

대웅전 오른쪽은 고방과 口자형의 요사채가 멋스러운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휘어진 나무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깊은 운치를 느끼게 한다.

고방은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로 지붕이 높아 보이는 2층 형태로 되어있으며 대웅전 옆의 80칸의 ‘ㅁ'자의 요사채 건물중 일부로 정면 3칸 측면 1칸의 규모이다. 아래위층 모두 통칸으로 바닥은 마루이고 중층의 벽면은 판벽이다.

고방의 옆모습은 자연미가 그대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모습이다. 이런 형식의 건축물은 드물어 자료적 가치가 크다고 한다.(안내판내용참고) 

  봉곡사 소나무숲길에서 솔향에 취하다 사진  

절 앞은 높은 지대의 열악한 환경을 잘 이용하여 5단의 축대가 계단형식으로 작은 연못이 자리하고 있다. 나목들 속에서 낯설은 푸르름 그대로 간직한 채 서있는 전나무는 겨울의 서늘한 삭막함을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는 것 같다.

  봉곡사 소나무숲길에서 솔향에 취하다 사진  

전나무는 겨울의 긴 그림자를 만들어 내어 낙엽위에 누워 겨울의 외로움을 달래는 걸까. 아니면 낙엽 속에 보이지 않는 새 생명들을 품어 주고 있는걸까.

문득, 가슴을 치는 허전함과 등줄기글 타는 쓸쓸함이 느껴질 때, 산사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호젓함과 함께 마음의 여유를 만들어 준다. 그래서 내 옆에 소소한 소중한 것들을 느끼게 되어 행복함을 만들어 주는 시간이 된다.

  봉곡사 소나무숲길에서 솔향에 취하다 사진  
▲ 숱한 세월 견디어 낸 소나무의 울퉁 불퉁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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