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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고 싶다던 소원 푼 '야학생 할머니'

2008.09.09(화) 전진식(aaaa@chungnam.net)

‘늘 푸른 배움터’ 학생 이영복(81·서천군 서

  글 쓰고 싶다던 소원 푼 '야학생 할머니' 사진  
▲ 지난 5월 중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에 최고령 합격한 이영복 할머니(왼쪽). 이 할머니 옆은 남편인 김영희 할아버지.
천읍 군사리) 할머니는 지난 5월 중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 야학을 졸업했다.
기자가 소감을 묻자 “이름 석 자 당당히 써보고 싶은 마음에 공부를 시작했는데 너무 기뻐!”하며 그녀의 파란만장한 세월 이야기가 시작됐다.

李 할머니는 공부 때문에 평생 두 번을 울었다. “여덟살 때 이웃 부잣집 친구가 학교에 갔을 때 엄마한테 나도 보내달라고 했더니 아무 말씀도 안하고 밖으로 나가셨어! ‘아아 집이 가난해서 학교에 못 보내주는구나’하고 나도 한참을 울었지. 또 한번은 어렵게 시작한 야학을 남편 병구완으로 중단했어야 했을 때 ‘내가 공부 복이 없나보다’하고 울었어.”

이처럼 李 할머니는 초등학교를 1년만 다녀서 내 이름이라도 쓸 수 있으면 어디 가서 무시당하지는 않을 텐데 하는 마음으로 한이 맺혔다.
열일곱에 시집와서 열흘째부터 남편은 돈 벌러 나가고 새색시는 산으로 땔 나무를 하러 갔다. 자식은 무식하게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6남매를 가르치기 위해 뭐든 열심히 했다. 그 결과 고교를 졸업한 큰딸(63)만 빼고 모두 대학 나오고 유학도 다녀와서 의사, 박사, 사장이 됐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늘 배움에 대한 갈증으로 목말라 있던 李 할머니는 지난 2005년 서천군 소식지에서 한글반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해 4월 야학에 입학했다.

닷새쯤 다녀보니 자신이 없었다. 나이 일흔여덟에 청각장애 3급과 한쪽 시력을 잃은 탓에 너무 어려워서 “선생님, 귀도 잘 안 들리고 눈도 잘 안보여 못할 것 같아요”했더니 제일 앞자리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한참 공부에 재미를 붙일 무렵 할아버지가 병이 났다. 두 번의 수술로 10개월의 공백이 생겼고 지난해 초등 검정고시는 낙방의 아픔을 겪었다.

“이름은 읽고 쓸 수 있으니 그만 두겠다”고 말하자 선생님들이 펄쩍 뛰었다. 그들의 격려에 힘입어 두 번째 도전인 올해 검정고시에서 전라북도 시험장 최고령이자 야학에서 최고 성적으로 합격했다.
李 할머니의 자식들은 어머니의 합격 소식을 듣고 즉석에서 100만원씩 600만원을 모아 졸업식장에서 서천여고에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李 할머니는 “건강만 허락하면 중·고등 과정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천 야학 ‘늘 푸른 배움터’
노인들만의 특별한 졸업식

서천군자원봉사센터 부설 야학(夜學)인 ‘늘 푸른 배움터’(교장 박노찬)는 지난달 30일 문예의 전당에서 제4회 졸업식을 가졌다.  
졸업생 23명의 평균 나이는 60세 이상으로, 초등 과정과 중·고등 과정 검정고시를 합격하면서 만학의 꿈을 이룬 사람들이다.

뒤늦게 한글을 배워 초등과정 검정고시를 합격한 팔순의 할머니부터 중·고등 과정 검정고시를 1년도 안돼 모두 합격한 노인도 있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 같은 결실은 밤늦은 시간까지 자원봉사로 공부를 가르친 교사들과 노인들의 열의가 있기에 가능했다.
박노찬 교장은 축사를 통해 “야학은 가르치고 배워 삶의 질을 높이는 만학의 장으로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계기로 이어 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졸업식에서 이영복(81·서천읍 군사리) 할머니는 6남매의 자녀들이 보조해준 600만원을 서천여고에 장학금으로 전달해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늘 푸른 배움터는 2004년 개소한 이후 컴퓨터 한글반과 초·중·고 과정을 운영중이며 교사 자원봉사자 19명과 학생 110명이 있다.   서천/조정자 기자 jjj11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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