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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픈 '똥독 친구'

빠질 데가 없어 거기에?

2013.02.28(목) 04:23:21홍경석(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평소 저는 술이란 건 건강하니까 먹는 거지, 막상 건강이 안 좋으면 돈을 주고 마시래도 못 마시는 게 바로 술이란 사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친구와 글쓰기 이상으로 좋아하는 술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여 ‘사랑하고’ 볼 일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술은 얼추 막무가내로 마시는 스타일입니다. 지금도 2홉들이 소주 세 병은 마시는 주량인데 젊었던 시절엔 그야말로 두주불사였죠. 그 시절에 있었던 술로 인한 에피소드 한 토막입니다. 당시 고향인 충남 천안의 봉명동에서 살 적의 일입니다.
 
하루는 늘 붙어 다니던 죽마고우 하나가 서울로 올라가 돈을 벌어 오겠다더군요.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가야 출세한다는 말이 있잖여. 그래서 결심했다! 나, 낼모레 서울로 간다.”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선언과 포고(布告)에 놀란 저는 친구들을 급거(急遽) 소집했지요. “비상~ 비상! 주태백(가명)이가 서울 간댄다. 그러니 송별식 해 주게 니들 가진 대로 돈 좀 내놔 봐.”
 
그렇게 하여 이튿날 밤에 저의 집에서 친구들이 모두 모여 술판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당시 살던 집은 변소가 밖에 위치한, 초가집의 아주 남루한 곳이었죠. 한데 자정을 넘기면서 더욱 만취한 친구들의 변소 가는 횟수가 잦아지더니 그예 사단이 벌어졌지 뭡니까!
 
“끄윽~ 변소엽(가명)이 얘는 대체 어딜 갔길레 안 보이는 겨? 통행금지가 있으니께 집에 갔을 리는 만무겠고.” “아까 변소 간다고 나갔는디?” “그럼 혹시......!”
 
그런데 세상을 사노라면 대저 ‘혹시나?’는 ‘역시나!’로 귀결(歸結)되는 법이더군요. 우린 술김에도 손전등을 들고 밖에 변소로 갔습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그 친구는 그만 똥독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지 뭡니까!
 
안 봐도 비디오인 게 커다란 똥항아리 위에다 걸쳐놓은 두 개의 나무판자 난간에서 용변을 보다가 그만 술이 너무 취하여 중심을 못 잡는 바람에 똥독에 빠진 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아~ 이런! 세상에 빠질 데가 없어 똥독에 빠지냐? 아이구, 이 지독한 냄새하곤!”
 
우린 서둘러 그 친구를 똥독에서 건져냈지요. 그리곤 한 친구가 급히 그 친구의 집으로 달려가 그의 누님과 어머니를 모시고 왔습니다. 실로 엽기적 모습의, 그러면서도 여전히 술이 깨지 않아 변소 앞 마당에 앉아 혼자서 횡설수설하는 변소엽을 보는 두 분께선 가족답게 분노의 폭발 대신에 걱정부터 입에 다시더군요.
 
“어쩌다 얘가 이리 된 겨? 그러게 평소에 술 좀 작작 퍼마시라고 그리도 일렀거늘!” “......(우린 모두 죄인의 심정으로 꿀 먹은 벙어리 모드로 진입)” 변소엽은 결국 그의 형님이 오시어 겨우 끌려갔고 한동안 그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튿날 소엽의 어머니께선 시루떡을 만들어 보내셨더군요. 대신에 그 떡엔 조건이 하나 붙어 있었습니다. “우리 아들이 똥독에 빠졌다는 소문은 제발 내지 말아야 한다!”
 
그 친구를 못 본 지도 어느새 10년이 가까워오네요.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며 사는지...... 그 친구의 아들도 제 아들처럼 서른이 넘어 장가도 보내야 할 터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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