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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명물 호두과자 홍보사원이 된 날

어떤 어머니 소고

2013.02.11(월) 07:53:51홍경석(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제 설날을 맞아 아산 숙부님께 세배를 갔습니다. 아들도 동행했으면 좋았겠으나 회사 일이 바빠 집에 못 온 바람에 딸만 데리고 갔지요. 숙부님께 세배를 드리며 부디 늘 건강하시길 소망했습니다.
 
이어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먹은 떡국의 양이 많았기에 숙부님 댁에선 떡국은 사양하고 부침개와 술만 먹었습니다. 하지만 취기가 오르자 작년에 상처하시어 홀로 되신 숙부님이 더욱 가여워 보여 그만 주책없이 눈물까지 나더군요.
 
그러나 이 장조카가 오열하는 걸 굳이 말리지 않는 숙부님이셨습니다. 되레 곁에 앉은 제 딸에게 “네 아버지도 나이가 드니 더욱 외로우신가 보구나. 그러니 너와 네 오빠가 더 자주 아버지를 찾아뵙고 좋아하는 술도 많이 사 드리거라.”며 당부말씀까지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딸에게서 서둘러 눈물을 닦아내야겠다는 당위성이 발견되더군요. 인사를 드린 뒤 온양온천역으로 나와 신창에서 출발한 전철을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딸이 말하더군요.
 
“아빠께서 아까 눈물을 보이실 때 저도 괜스레 덩달아 울컥하여 혼났어요.” 그래서 군색한 변명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지요. “아빠도 사람이다 보니 때론 오늘처럼 울고 싶은 날도 있는 법이란다.”
 
50년 동안이나 해로(偕老)하시다 영면하신 숙모님께선 저의 생후 백 일 즈음에 사라진 생모를 대신하여 저를 일정기간 길러주셨던 어머니 아닌 어머니셨습니다. 또한 딸이 서울대에 합격하였으나 입학금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다가 급기야 찾아간 제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시곤 그 자리에서 거금 500만 원이나 주신, 실로 통 큰 분이셨지요!
 
그랬는데......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병마(病魔)가 그만 숙모님을 다시는 돌아오지 못 하는 길로 끌고 간 것이 바로 작년 추석 이튿날이었습니다. 숙모님의 작고 뒤 숙부님 댁은 현저하게 바뀌어 분위기부터 침잠의 무거움이 가득했고 가족들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사라졌습니다.
 
때문에 부재(不在)의 소중함을 거듭 천착했음은 물론이었지요. 딸은 전철로 서울까지 간다고 해서 저만 천안역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곤 고삭부리 아내 먹이려고 천안역 앞의 소문난 호두과자를 두 박스 샀지요.
 
그러나 입석으로 승차한 무궁화호 열차는 카페열차까지 만차(滿車)더군요. 하여 캔 맥주를 사 호두과자를 안주 삼아 먹으려니 주변 사람들이 의식되는 것이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취중에 인심 한 번 쓰지 뭐.
 
“여러분~ 이게 바로 천안명물 오리지널 호두과자입니다! 하나씩 드셔보세요. 정말로 맛이 끝내줍니다!” 그러자 맛을 본 이들이 이구동성 칭찬을 아끼지 않더군요. “진짜 맛나네요! 다음에 천안에 들르면 저도 꼭 사 먹을게요.” 그런 저의 작위적 ‘호두과자 홍보사원’ 너스레 덕분에 아까 슬펐던 마음을 겨우 제어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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