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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겨울나기

경로당이라도 가야 하는데...

2013.01.13(일) 17:17:27자유새(noblesse0550@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올해는 일찍부터 한파가 시작되어 홀로 사는 노인들의 겨울나기가 어느 해 보다 어렵다. 기상청에서는 기상자료수집이 시작된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추운 겨울이라 한다.

시골에는 경로당이 자식노릇, 며느리 노릇까지 한다. 매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시시콜콜한 동네이야기지만 친구가 있고 이웃이 있어 좋다. 특히 겨울철에는 난방비가 걱정되는 노인들이 한나절 대부분을 경로당에서 지낸다.

하지만 이번 폭설은 그도 여의치 않다. 논에 길이 미끄러워 집에서 꼼짝 못하고 있는 노인들이 많다. 서산시 부석면 지산리에 사시는 한 노인은 길이 미끄러워 얼마 되지 않는 거리의 경로당에 여러 날 못가고 있다고 했다. 젊은 사람들에겐 별 문제가 안 될 눈길이지만 다리가 불편한 노인들에겐 그리 간단치 않다. 휠체어는 물론이고 구부러진 허리를 지탱해주는 보행기도 눈길에 미끄러지기 일쑤다.

눈이 자주 오는 이번 겨울. 노인들은 혼자 힘으로는 계속 내리는 눈을 치울 수도 없어 집 밖을 나서지 못하는 신세가 여러 날 계속 되었다고 한다.

시골집이 모두 그렇듯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집까지의 진입로는 제설작업을 하지 않으면 봄이 올 때까지도 눈도 잘 녹지 않는다. 평상시에는 자주 찾아뵙는 노인들에게조차 찾아뵙기가 수월치 않다.

며칠 날씨가 풀려 빙판길이 녹아내리는 틈을 타서 여러 날 가보지 못한 변두리 지역 어르신들을 찾아보았다. 그나마 큰길가에 사시는 어르신들은 경로당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계셨는데 도비산 바로 밑에 사시는 어르신은 지난해에 오시고 새해에는 경로당에 나오지 못했다 한다. 내가 가본다고 하자 동네 어르신 한 분이 한사코 말리셨다.

눈이 녹지 않아 빙판인데다 길도 좁고 낭떠러지로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내 팔을 잡고 놓아주시지 않았다.

‘평소에도 다리가 불편해서 어린이 유모차를 밀고 다니시던 어르신인데 발이 묶여 혼자서 겨울을 보내게 되었으니 얼마나 갑갑하실까?’ 그 어르신 생각에 맘이 불편했다.

몇 년 전 겨울 그해도 눈이 많이 내렸다. 내린 눈이 채 녹기도 전에 내리고 또 내렸다. 부석면 강당리에 사시던 지금은 고인이 되신 어르신 생각이 났다.

중풍으로 왼쪽을 못 쓰고, 장애인 휠체어에 의지해 바깥출입을 하셨던 어르신이셨다. 눈이 계속 내려 빙판길에 휠체어도 소용없게 되어 겨울 내 방안에서만 생활하셨다. 어느 날 찾아뵈니 장애인들을 위해 눈이라도 치워줘야 할 것 아니냐며 호통을 치셨다. 괜한 꾸지람을 들었다고 섭섭함도 없지 않았지만 오죽 답답하시면 그러실까 생각하니 안쓰러워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처럼 눈이 내리는 날씨가 계속되면 시골길에도 제설작업을 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경기도 고양시 ‘송포동 주민 제설 서포터즈’(김진국 단장)가 그 대안 사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 단장은 “이곳은 자연부락 규모가 엄청 크다. 시골은 길이 워낙 좁아 제설차가 들어올 엄두를 못내 트랙터가 다 한다. 서포터즈 단원들은 가을까진 농사짓고 겨울엔 함께 트랙터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며 서포터즈의 활약을 강조했다. 그는 시골에선 집이 한두 채 있어도 일일이 길을 터줘야 한다는 점이 도시의 제설작업보다 어려운 점이라고 한다. 기타 제설장비는 지자체에서 지원한다고 한다. 트렉터를 활용한 시골길 제설작업에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한파에 혼자 사시는 노인들이 걱정된다. 우선 전화로라도 안부 전화를 걸어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다. 실상은 난방비 걱정에 전기장판에 의지하는 노인들이 밤새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되는 맘이 숨어 있기도 하다.

"어르신 오늘은 무엇을 하며 지내셨어요?"
"응! 내년에 심을 종자 콩 골랐어."
"제가 오늘 어르신 댁에 가려고 했는데 못 갔어요. 죄송해요."
"아이고 여기가 어딘데 와. 큰 일 나려고 다음에 날 풀리면 와."

대화를 들으면 마치 조선시대 풍경인줄 착각할 정도다. 여름이면 폭우와 태풍에, 겨울이면 폭설과 한파에 그야말로 자연재해에 항상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현실이다. 재해와 노인복지의 현장의 괴리가 언제쯤이면 좁혀질 수 있을까? 아직은 들리지 않는 봄소식이 어디선가 재촉하며 오고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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