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숙
어머니 신은 하얀 코빼기 신
아버지 신은 네모진 하얀 고무신
아버지와 어머니는
시장에 가실 때나 일을 하실 때도
고무신 한 켤래만 있으면 만사형통
볏 짚 수세미와 똥 비누
나와 셋이 동업하여 어린 손으로
죽기 살기로 박박 문질러서
햇빛 드는 댓돌위에 놓으면
토방까지 훤했다.
하얀 고무신 변신은 언제나 무제
아버지는 하얀 바지저고리에 두루마기
어머니는 하얀 광목 치마저고리
입으시고
댓돌위에 닦아놓은 신발을 신으면
영락없는 고고한 학이 되었다.
하얀 고무신을 즐겨 신으셨던
어머니 아버지
그 학이 사무치게 보고 싶다.
![제4유형](/images/communication/ccl4.gif)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김기숙님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