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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젊은피 수혈받았어요!

2013.01.02(수) 14:06:41조연용(whdydtnr71@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2013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새 아침에 떠오르는 일출처럼 내 얼굴에도 붉은 태양이 떴다. 거울 앞에 앉아 볼그레한 얼굴을 바라보면서 내 몸 어딘가에서 열심히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을 젊은 피를 생각한다.

그러니까 2012년 12월 29일 예정에 없던 출산을 했다. 산부인과에서 낳았으니 출산은 분명한데 그것이 조금 애매모호한 출산이었다. 언젠가부터 내 자궁 속에 조용히 착상해서 자라고 있던 근종이란 녀석이 무럭무럭 자라더니 아직 달도 채우지 않고 조산기를 보였던 것이다. 말 그대로 칠삭둥이를 낳은 셈이다.

이야기인 즉슨 작년까지만 해도 2센치 조금 넘게 자랐다고 들었던 녀석이 갑자기 무럭무럭 자라서 자궁을 탈출해서 세상 밖을 엿보고 있었다. 그래서 매달 한 번씩 찾아오는 그날만 되면 과다 출혈로 내 잠자리를 어지럽혔던거라. 그런데 이 우매한 산모는 조산기가 있다는 사실은 까마득히 모른 채 배만 끌어 안고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한 것이 4개월 전의 일이다.

참다못해 결국 동네 산부인과를 찾았더니 진료하던 의사 선생님이 깜짝 놀라 진단서 끊어 줄 테니 빨리 큰 병원에 가서 자궁 밖으로 탈출한 녀석을 제거하란다. 안 그러면 과다 출혈로 얼굴이 백짓장처럼 변할 수도 있다고. 결국 그렇게 2012년을 딱 3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서둘러 여성 병원을 찾았다.

그곳에서도 같은 이야기였다. 서둘러 수술 준비에 들어가면서 먼저 빈혈검사를 위한 체혈을 진행했다. 그런데, 당장 수술이 불가능하단다. 빈혈 수치가 일반인의 3분의 1수준이라 이대로 수술을 감행하면 큰일 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하여 수혈을 받으면서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

안 그래도 실업자 신세인데 여러모로 죽어라 죽어라 하는구나 싶었지만 그래도 정확한 병을 알았으니 다행이다 싶었다. 그리고 가만 되짚어 보니 최근 아주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올라 힘들었던 기억과 함께 지하철 계단 앞에서 느꼈던 공포감이 생각났다. 갑자기 살이 쪄서 라고만 생각했는데 원인은 아주 다른 곳에 있었던 것이다

수혈 직전 여러 가지 검사를 위해서 3번이나 더 채혈을 해야 하는 아픔이 있었지만 아픈 만큼 성숙해지리라는 믿음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채혈하는 간호사한테 “제가 빈혈이라는 것이 믿어지세요?” 라고 농담까지 던져가며 나름 병실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바꿔놓았다. 수술도 조금은 무섭고 또 채혈도 무서웠지만 겉으로는 전혀 안 무서운 척 장난과 농담으로 일관하면서 여유를 잃지 않았다.

당장 내 몸에 필요한 것은 남의 피 4봉지였다. 하루에 두 봉지씩 나눠서 이틀에 걸쳐 수혈을 받으면서 15분마다 한 번씩 혈압과 체온 변화를 체크했다. 간호사들이 혈압을 재러 올 때마다 “암만해도 젊은 기운이 내 몸에 들어와서 그런지 세상이 다 욕망의 대상으로 보이는데요” 하면서 너스레를 떨어댔다. 그러면서 누군가 자신의 피를 나눠줬을 미지의 대상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껏 조건이 맞지 않아서 한 번도 헌혈을 한 기억은 없다. 하지만 이렇게 나는 남의 피로 부족한 기운을 보충하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살아 있는 동안 나도 누군가를 위해서 열심히 나누고 봉사하며 사는 것이 맞는 것이다.

비록 나는 헌혈을 해 본적은 없으나 장기기증 서명증은 지갑 속에 잘 챙겨 다닌다. 마지막 가는 길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행이라고 생각했기에 10년 전쯤에 장기기증센터를 찾아가 서명한 기억이 있다.

추운 겨울, 이웃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사랑과 정성을 나누는 기회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더불어 2013년은 젊은 피까지 가득 채우고 한 해를 맞이하는 것이니 더욱 더 활기차고 희망찬 새해가 되길 기도해본다. 더불어 나를 위해 기꺼이 이틀이란 시간동안 병실을 지켜준 언니와 새 희망을  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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