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금동대향로 발굴 30주년 특별공연이 '향로의 꿈' 이라는 주제로 10월6일 오후 7시 국립부여박물관 사비마루 공연장에서 열렸습니다. 

첫 공연은 다례 시연입니다. 금동대향로에서 은은하게 연기가 피어오르자 찻물이 찻잔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청아하고 영롱하게 울려퍼집니다. 향로에 향을 피우는 것은 모든 의식의 처음입니다. 향기로 모든 사기를 거두고 향이 하늘에 올라 의식을 고합니다.？ 고요속에 쪼르르 찻물이 찻잔에 떨어지는 소리까지 음악이 되는 순간입니다.
30년전 능산리 백제 왕릉원에서 발굴된 백제금동대향로는 모든 의식에서 이렇게 쓰였을 것입니다.



가야금 연주곡인 백제 서곡으로 백제금동대향로가 21세기 부여에 나타난 것을 경축하고 기념하고 있습니다. 가야금 소리는 민족 정서 속에 내재된 정서를 자극하는 심금을 울리는 소리라고 합니다. 

 


실핏줄을 튕겨서 심장 박동 소리로 음을 구현하는 것 같은 가야금 소리가 청중들의 저녁을 사로잡았습니다. 금동대향로가 구현한 이상향이 배경화면으로 구현되면서 볼거리까지 제공합니다.



'그대, 금동대향로 앞에 서서' 라는 시를 낭송하는 순서입니다.
낮은 가야금 소리 속에 낭랑하고 유장한 시 낭송이 관객들의 가슴을 울립니다. 



백제여인의 노래인 정읍사에 곡을 붙여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어그야 아으 다롱디리....' 남편을 기다리며 부르는 백제여인의 노래가 이토록 애절하고 간절한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가사를 보는 시각과 소리로 듣는 감각의 차이가 큰 것이더군요.  장에 간 남편을 기다리며 달을 보며 무사히 돌아오길 기다리는 마음을 가수는 후렴구에 절절하게  담아냈습니다. 아~으 하며 가슴 깊은 곳에서 절절하게 뽑아내는 음에 가슴을 쥐어 짜는 통증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정읍사는 이 후렴구에 옛 여인들의 한을 다 담아낸 것이더군요.



금동대향로를 머리에 인 여인이 등장합니다. 
무용가 이유나가 향로를 머리에 이고 백제금동대향로의 꿈을 춤으로 풀어냅니다. 끝내 펼치지 못한 백제의 꿈이 한이 되어 향로에 봉인되어 땅 속 깊은 곳에 묻혀버렸겠지요. 21세기에 향로가 다시 세상에 나타나 예술가들의 종합 예술로 살아나고 있습니다. 향로에 담긴 백제의 한을 풀어내고 새로운 길을 내는 것으로 춤사위를 마무리합니다. 



역동적인 첼로 선율이 해상 왕국 백제의 꿈을 대성양을 누비고 다녔던 '캐리비안의 해적'의 주제곡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관객들의 귀에 익숙한 곡으로 팬 서비스를 합니다.



백제금동대향로에는 다섯명의 악사가 천상의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오악사를 캐릭터로 재해석하긴 했어도 이렇게 의상과 머리 스타일, 악기까지 재현해서 공연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천상의 악기로 하늘의 소리를 연주하는 백제의 오악사를 오늘 첫 대면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관객들도 숨을 죽이고 백제의 세상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집중합니다.
 


21세기의 오악사 캐릭터가 금동대향로의 오악사와 만나는 순간입니다. 귀엽게 옆으로 돌려 묶은 머리 장식이 오악사들을 친근하게 느껴지게 합니다. 오악사가 없는 금동대향로는 상상할 수가 없지요.





금동대향로가 땅 속에서 비로소 세상에 나오던 순간입니다. 30년 전 그 날의 벅찬 순간은 다시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습니다. 



금빛 연꽃을 형상화한 금동대향로의 연꽃잎 한 장마다 각기 다른 조각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17명의 신선들과 42마리의 상상의 동물이 함께 사는 이상향이 금동대향로의 세상입니다. 은은한 향이 피어오르면 그 세상도 깨어나 신선들과 동물이 경계없이 사는 낙원이겠지요. 

백제문화제재단에서 주관하고 국립부여박물관/ 백제가야금연주단에서 금동대향로를 주제로 1년을 준비한 공연이었습니다. 백제가 추구했던 세상은 너무 멀리 있었던 것일까요? 금동대향로가 구현하고 있는 세상은 아직 오지 않을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