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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함께 관계의 중심을 세우는 날

2023.09.27(수) 17:51:22 | 놀뫼신문 (이메일주소:nm4800@daum.net
               	nm4800@daum.net)



대명절 추석(秋夕)엔 큰 보름달이 뜬다. 가을 추수 무렵 뜬 보름달은 풍요로움과 번영의 상징이었다. 옛 사람들은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달이 차 가는 모습이 곡식이 익어가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여겼다. 추석 날 보름달이 뜨면 함께 달을 보며 소원과 안녕을 빌었다. 무르익은 곡식을 수확하기까지 만물에 감사하는 날, 우리가 숨 쉬고 존재하며 잘먹고 잘살기까지의 역사를 돌아보고 조상께 감사하는 날, 온 가족이 모여 서로 마음을 나누고 함께하는 삶의 온기를 느끼는 날, 나 혼자만 사는 존재가 아닌 공동체의 일원임을 깨닫는 날이 추석이었다. 
 
하지만 갖가지 성대한 음식을 며칠 전부터 준비하는 차례상 스트레스는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지곤 한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은 올 초 설날에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와 함께 ‘차례상 간소화’와 ‘올바른 차례상 차리기’ 대국민 제안을 한 바 있다. 흔히 쓰는 ‘홍동백서(紅東白西)’나 ‘조율이시(棗栗梨?)’와 같은 표현은 우리나라 예서(禮書)에 없다. 상다리가 휘어질만한 차례상 차리기보다 조상을 진정 추모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명절을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 간단하게 시접과 잔, 떡국 그리고 나물과 구이, 김치, 과일 종류 정도만 올려도 차례상으로 충분하다. 차례상 간소화는 획기적인 시도가 아니라, 오히려 간소하게 차렸던 차례의 본모습을 회복하는 길이다.

조선 중기 학자인 홍석모가 우리나라 세시풍속을 집대성한 <동국세시기>를 봐도 추석은 명절증후군 같은 단어와 거리가 먼 재미있는 놀이로 웃음이 떠나지 않는 날이었다. 줄다리기 놀이 한 대목을 소개한다. “남녀가 함께 모여 노래하고 춤추며, 좌우로 편을 갈라 길고 굵은 줄의 양쪽을 잡아당겨 승부를 겨룬다. 줄이 만약 중간에서 끊어지면 양편이 모두 땅에 엎어지고 구경꾼들이 크게 웃는다” 이를 조리지희(照里之戱)라 했다. 조상 제사상 차리기에 고생하는 게 아니라 추수기에 쉬며, 배부르게 먹고 함께 놀며 즐기는 그야말로 넉넉하고 편안한 날이 추석이었다.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를 보면 추석은 며느리가 친정으로 휴가 가는 날이기도 했다. 

요즘 사람들은 추석의 본질에서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마음을 열고 함께 놀며 어우러지는 진정한 전통이 사라졌기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 명절에 만나면 입시, 취업, 결혼, 출산 등 삶이 마치 답안지가 있는 것처럼 취조하듯 묻는 어른들도 있다. 이런 분위기에 불편함을 느낀 젊은이들은 점점 더 명절을 피하고 있다.
추석의 순우리말 한가위는 크다는‘한’과 가운데라는 뜻의‘가위’가 합쳐진 말이다. 8월의‘한 가운데 있는 큰 날’이다. 또 추석은 가을의 중심, 중추(仲秋)라고도 한다. 이제 추석을 ‘함께 관계의 중심을 세우는 날’로 생각해보자. 중심은 한쪽으로 기울지 않아야 잡을 수 있다. 서로 노력해야 만들어진다. 남녀노소 모두 모여 상호 이해하며 배려하고 균형을 맞추어나가는 의미 있는 날,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날, 함께 깊이 소통하며 관계의 중심을 만들어가고 공동체 의식을 새기는 진정한 추석의 의미를 회복해야 한다. 

올 추석엔 대보름달의 찬연한 달빛이 이러한 의미를 더욱 많은 사람에게 싣고 가길 기대한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도 추석의 본래 소중한 의미를 잇는 중심추로서의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정재근 한국유교문화진흥원장

▲ 정재근 한국유교문화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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