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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일본과 한국,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

사서들의 서재

2023.09.25(월) 15:40:07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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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이민진/인플루엔셜/2022>



소설 ‘파친코’를 알게 된 것은 작년 애플TV에서 방영되었던 동명의 드라마 ‘파친코’를 보고 난 후였다. 한국과 일본에서 일제강점기부터 20세기 초반을 배경으로 미국인이 제작한 드라마 ‘파친코’는 세계인의 호평을 받았고, 미국의 대중문화 시상식인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최우수 외국어드라마상을 수상했다. 지극히 한국적인 이야기에 세계인이 관심을 갖는 이유가 궁금해 원작 소설을 읽게 되었다. 

소설 ‘파친코’의 저자 이민진은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이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녀는 일곱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으로 이민을 갔다. 한때는 변호사로 일하기도 했지만 오랜 꿈이었던 작가가 되기 위해 일을 그만 두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파친코’는 그녀의 2번째 소설로 책을 쓰기 위해 4년간 일본에 머물며 치밀하게 조사와 취재를 했다고 한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라는 강렬한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 해방 후에도 일본에서 살아가야만 했던, ‘자이니치’라고 불리는 재일한국인 4대의 삶을 그려낸 작품이다.

주인공 선자는 목사인 남편 이삭과 함께 고향 부산을 떠나 오사카의 조선인 빈민가에 정착한다. 두 아들을 낳고 형편은 점차 나아졌지만 이삭이 신사참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게 되면서 선자는 김치 행상을 하며 두 아들을 키운다. 이삭이 죽고 이후 해방을 맞았지만 선자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시간이 흘러 둘째 아들 모자수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파친코에서 일하게 된다. 공부를 잘했던 첫째 아들 노아는 와세다 대학에 들어가지만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대학을 그만두고 파친코에 취직한다. 파친코 사업으로 성공한 모자수는 자신의 아들은 차별없는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었기에 솔로몬을 미국에 유학 보낸다. 솔로몬은 월스트리트 은행에 취직하지만 상사의 모략으로 퇴출당하고 모자수의 뒤를 이어 파친코에서 일하기로 결심한다.

이 소설에서 ‘파친코’는 두 가지를 상징한다. 첫 번째, 재일한국인의 한계이다. 재일한국인은 자영업, 예체능인 등 특정 직업에만 종사할 수 있도록 제한을 받았는데 자영업 중 하나인 파친코는 사행사업으로 일본인에게 인식이 좋지 않았고 대부분 재일한국인이 종사했다. 서로 다른 삶을 꿈꿨던 노아, 모자수, 솔로몬이 결국은 파친코에서 일하게 되면서 재일한국인의 한계가 드러난다.

두 번째, 재일한국인의 희망이다. 파친코에 오는 사람들이 언젠가는 잿팟을 터트릴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갖는 것처럼 재일한국인들은 언젠가는 일본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이 뉴욕타임스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되고 전 세계 33개국에 출간되어 사랑받는 이유는 차별의 상처를 딛고 강인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감동과 깨달음을 주어서라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편견과 차별을 멈추기를 바란다.
/충남도립대학교 도서관 사서 최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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