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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거북이 장가 보내기

소중애 문학관의 책들(35)

2023.07.06(목) 21:47:14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거북이장가보내기 1



여름방학이었다. 애들 잘 가르쳤다고 도교육청에서 미국 연수를 시켜 주었다. 전액 무료는 아니고 상당 부분 자비 부담하는 일정이었지만 신이 났다. 미국에 도착해서는 대형 버스로 이동했는데 인원이 반도 안 차 넓고 쾌적하게 다녔다. 

그랜드캐년에 갈 때였다. 날씨가 더워서 차창 밖 산과 들이 아지랑이때문에 일렁거렸다. 인가를 지나갈 때 소 가죽을 널어 말리는 모습을 보고 농담을 했다.

“얼마나 더우면 소가 털가죽을 벗어 버리고 도망 갔을까요?”

오랫동안 버스를 타고 달리던 중이라서 어른들이 내 농담을 좋아했다. 거기에 필을 받아 나는 계속 떠들어 어른들을 즐겁게 했다. 후버 댐에서 버스가 잠깐 멈췄다.  

“30분 휴식입니다. 화장실 다녀오시고 경치 구경도 하세요. 10시 출발이니 시간 꼭 지키세요.”
한국부터 함께 온 여자 가이드가 말했다. 

나는 가시철망 너머 사막에 관심이 있었다. 거기에 덤브링 풀이 뒹굴고 있어 그것을 구경하려고 가까이 갔다. 시계로 시간을 확인하고 돌아보아 버스를 확인하고 다시 가시철망 너머를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시간을 확인하니 9시 50분이었다. 그런데 돌아보니 버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10시가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기다려도 버스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른 관광버스를 살펴보다가 한국인들이 탄 버스를 발견하였다. 그랜드캐년에 가는 버스였다. 가이드에게 태워 달라고 하니 난색을 표했다. 들여다보니 빈자리 없이 사람이 꽉 차 있었다. 

‘어쩐다’하고 댐 아래 아지랑이 아롱거리는 길을 내려다보니 우리 버스가 올라오고 있었다. 한국에서 함께 온 여 가이드와 현지 남자 가이드는 버스에서 내려 뛰어 오고 있었다.  버스가 그들에게 보조를 맞춰 천천히 올라왔다. 버스에 타고 오라고 손짓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들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인원을 확인하라고 했잖아요.”
남자 가이드가 소리를 질렀고 

“다 탄 줄 알았지......”
여자 가이드가 울었다. 버스에 오르자 선생님들이 박수를 쳤다.

“버스 안이 조용해서 소선생님이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하면서 웃었다. 

버스가 약속시간 전에 떠났으니 나는 잘못이 없었지만 두 가이드를 화해 시키느라고  그날 저녁 맥주를 사줬다.

그때 보았던 사막과 덤블링 풀을 배경으로 쓴 것이 ‘거북이 장가 보내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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