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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친엄마보다 더 친절한 우리 어머님

지구촌 함께해요 다문화가족 충남정착기

2023.05.30(화) 17:47:01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친엄마보다더친절한우리어머님 1


‘한국에서는 시어머니가 외국인 며느리를 무섭게 대한다’, ‘만약 며느리가 맘에 안 들면 시어머니가 남편에게 이혼하라고 강요한다’

저는 한국에 오기 전에 필리핀에서 한국 문화 교육을 조금 받았습니다. 교육을 받다가 위의 말을 들었을 때 놀랐습니다. 남편보다 시어머니가 가장 무서웠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시부모님께 잘하고 좋은 며느리가 될지 걱정이 정말 많았습니다.

13년 전에 결혼해서 지금은 아들 2명과 남편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 결혼했을 때부터 남편은 시부모님과 따로 살고 있었습니다. 시부모님은 대전에 살고, 우리 부부는 보령에서 삽니다. 한국에 왔을 때 남편이랑 한 달에 한 번 시댁에 갔습니다. 왜냐하면 남편이 저와 시부모님이 친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왔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언어였습니다. 남편이 영어를 조금 알지만 그래도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았습니다. 남편과 시부모님이랑 말할 때 말이 잘 안 통해서 너무 답답했습니다. 그리고 친구도 없었습니다. 남편이 회사에 가면 저는 매일 집에 혼자 있었습니다. 얼마나 슬픈지 모릅니다. 필리핀 가족들과 친구들이랑 먹던 음식들이 그리워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몸이 아플 때는 고향 생각이 더 많이 났습니다. 두 달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다행히 보령시가족센터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친구들을 만나니까 살 것 같았습니다.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한국 문화도 배우면서 틈틈이 친구들과 집에 모여 고향 음식을 만들어서 먹었습니다. 정말 숨통이 트였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면서 저는 ‘명절증후군’ 이라는 말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남편은 큰아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큰며느리입니다. 명절증후군은 큰며느리에게 많이 생긴다고 해서 더 걱정이 되었지만 사실 저는 명절증후군이 거의 없습니다. 요리는 거의 어머님과 아가씨 그리고 동서하고 저는 옆에서 도와드리기만 합니다. 설거지는 잘 합니다. 

제가 한국에 적응하며 사는 동안 저는 시어머님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처음 뵈었을 때부터 항상 도움을 주셨습니다. 우리 어머님은 아무것도 모르는 며느리한테 살림을 하나씩 가르쳐 주셨습니다. “아가, 한국말 많이 공부하거라!” 하시며 교재도 사주시고 볼 때마다 예쁜 옷도 사주셨습니다. 가족들도 서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를 많이 이해해 주셨습니다.

지금 이렇게 가족들과 잘 지내는 것은 다 어머니 덕분입니다. 시어머님은 친절하게 한국 음식 만드는 법도 알려주시고 부엌에서 사용하는 도구 이름도 하나하나 알려주셨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저도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아주 잘 만듭니다.

저는 한국에 온지 8개월이 되었을 때 첫 임신을 했습니다. 어머님이 제일 행복해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남편이 큰아들인데 가장 늦게 결혼하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시댁에서 시어머니랑 3개월 동안 지내면서 출산 준비를 했고 산후조리도 했습니다. 저는 아기 낳을 때 정말 무서웠는데 항상 어머님이 제 옆에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겨울에 큰아들을 낳았을 때 시아버지가 제 방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우리 어머님은 저에게 항상 따뜻하게 옷을 입고 양말도 신으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우리 엄마처럼 제 건강을 많이 걱정해주셨습니다. 따뜻한 미역과 호박 죽, 족발을 삶은 물, 가물치 삶은 물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저를 위해 이런 음식을 만드느라 어머님이 많이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부쩍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어머님 생신 때 특별한 선물을 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바로 한글로 편지를 써서 드리는 것입니다. 

저는 혼자 한국어 책에 나온 편지글을 보면서 좋은 표현들을 따라 썼습니다. 읽어보고 나서 이상하면 고치고 또 고쳤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어 선생님께 도움을 받아서 편지를 완성했습니다. 

어머님 생신 때 온 가족 앞에서 이 편지를 드리자 어머님은 눈물을 펑펑 흘리셨습니다. 다른 선물보다 제 편지를 가장 좋아하시며 저를 안아 주셨을 때 그 품은 마치 우리 엄마의 품 같았습니다. 

처음에 필리핀에서 한국에 올 때는 걱정도 되고 두려웠지만 지금은 행복합니다. 처음에 받았던 문화 교육 내용은 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항상 가족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받기 때문에 저는 외롭지 않았습니다. 좋은 남편, 우리 가족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한국어와 한국 생활을 잘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도 만났으니까요. 서로서로 이해하고 아낌없이 사랑하고 열심히 잘 살겁니다. 저는 이제 필리핀보다 한국이 더 좋습니다.
/조안나(보령시 가족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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