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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천사와 드래곤

소중애 문학관의 책들(26)

2023.04.16(일) 22:10:40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네번째 딸로 태어나 소중애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남자 동생을 보라는 예쁜 이름이었다. 이름 탓인가? 남동생 둘이 태어났다. 어른들은 나에게 큰일했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칭찬도 잠깐, 관심은 곧 남자 동생들에게로 옮겨갔다. 어렸을 때 사진을 보면 나는 언제나 심술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어 그 당시 내 심정을 보여 주고 있다. 

남자 동생 둘에 엄마는 허약했다. 나는 안면도 외가에 가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 혼자만 외할머니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는 것이 좋았다. 

한가지 흠이라면 외가에는 노처녀 이모가 있었는데 할머니의 관심이 내게 쏠리는 것을 질투하여 가끔 구박을 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울면서 집에 가겠다고 무작정 논둑길로 가출을 했다가 길을 잃고 날 발견하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잠깐 그런 일이 있기는 했지만, 안면도에서 지낸 시간들은 내게 좋은 추억들을 많이 남겼다. 

할머니 따라 바다에 가서 게 잡던 일. 황발이 발을 실에 묶어 이려쩟쩟하며 끌고 다닌 일. 땀띠 치료해 준다고 바닷물에 나를 담궈 소리지르며 울었던 일. 할머니가 호미로 긁으면 조개들이 오르르 나타났는데 나는 할머니가 몰래 조개를 숨겨 두고 캐는 시늉 하는 것이라고 오해도 했었다. 

안면도는 인천과 왕래가 잦아 멋쟁이들이 많고 활달한 젊은이들이 많았다. 처녀, 총각들이 달밤에 바닷가에서 배구하던 모습도 멋있었다. 이런, 저런 바다에서 있었던 일들은 깊숙이 머리 속에 저장 되어 세월이 두께 속에서도 빛을 발하면서 언뜻언뜻 나를 가슴 따뜻하게 어루만졌다.   

방학이 되면 세 언니가 우르르 외할머니댁으로 왔다. 우리는 별이 쏟아지는 언덕에 앉아 돌을 아래로 굴렸는데 차돌끼리 부딪치면서 반짝반짝 아름다운 불을 튕겼다. 나는 그것이 보기 좋아 언니들을 졸라 자꾸만 돌을 굴려달라고 했다. 

하늘에는 별들이 땅에는 차돌 불빛이 아름다운 밤, 우리는 노래를 불렀다. 

안면도에는 해수욕장이 몇 개 없었는데 요즘은 모래가 있어 수영을 할 수만 있으면 촘촘히 해수욕장 이름이 지어져 있다. 

천사와 드레곤은 그 해수욕장 중에서 꽃지와 바람 아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이와 할머니가 서로의 나이를 모른 체 이메일을 주고받는 이야기다. 어렸을 때 기억이 이 한 권의 책에 가득 배경으로 태어났다.

천사와드래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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