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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특수반 아이들(2)

소중애 문학관의 책들(22)

2023.03.05(일) 22:25:49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토끼가 도망간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특수반 아이들에게 말해 줬다.

“너희들이 소리 지르니깐 토끼들이 무서워서 도망가는 거야.”

그러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낮이 궂거나 맘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소리를 질러대던 아이들이 조용해진 것이었다. 토끼들도 보답하듯 아이들을 따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급식으로 상추 등 채소가 나오면 그것을 가져다 토끼를 줬다. 특수반 옆에는 유치원이 있었는데 원아들은 토끼에게 먹이를 주고 싶어 안달이 났다. 상추를 들고 와 우리 반 애들의 눈치를 봤다. 특수반 아이들은 큰소리를 탕탕쳤다.

“차례로 줄 서야 해”

원아들은 그 말에 따라 얌전히 줄을 섰다. 언제 특수반 애들이 다른 애들에게 큰소리를 쳤던가? 특수반 애들은 신이 났다. 

퇴근할 때면 토끼들을 상자에 가두었는데 가끔 녀석들이 빠져나와 세콤 직원이 출동하는 일도 일어났지만, 토끼는 자격증 없는 나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백치천재라는 말이 있다. 100가지 중에서 99가지는 못하는데 1가지만은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주로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인데 영화 레인 맨의 주인공이 그 예다.

특수반에도 그런 애가 있었다. 

학교 컴퓨터실에서 교체한 헌 컴퓨터를 3대 가져다 교실에 놓았다. 자판으로 한글을 가르칠 요량이었는데 효과가 좋아서 특수반 아이들이 컴퓨터 자판으로 한글을 익히며 의욕을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아이들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인터넷도 안되는 낡은 컴퓨터 속에서 기준(가명)이가 게임을 찾아낸 것이다. 기준이는 자폐아였다. 아이들은 기준이에게 아첨하였다. 맘에 안 들면 기준이가 게임을 숨겨 버리기 때문이었다. 

기준이 때문에 선생님들은 교실을 비울 때면 문을 꼭 잠갔다. 깜박 잊고 문을 열어 놓은 교실에서는 어김없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기준이 데려와!”

기준이가 빈 교실에 들어가 교사용 컴퓨터의 비밀번호를 바꿔 버리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이 정해 놓은 암호를 뚫고 들어가 그런 장난을 치니 천재임이 틀림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선생님들은 기준이게 간식을 주면서는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사정하곤 했다.

기준이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컴퓨터에 남다른 재능을 살려 천재성을 발휘하면 좋을 텐데...

특수반아이들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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