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의 푸른 바다와 삽교천 물길을 따라
비옥하게 펼쳐지는 내포 평야를 마음껏 품어 안으며
사방으로는 광활한 조망을 갖추고 있는 아산의 명산 영인산은
편안한 임도와 암팡진 바윗길이 적당히 어우러지고
갖가지 편의 시설과 주변에 산재한 사찰을 비롯한 역사의 흔적들을 아우르며
꽃산행도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보석같은 산입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 찾게 되는 영인산을 오늘도 가볍게 올라봅니다
영인 시내에서 약 500여m쯤에 위치한 아산향교는
현감이 거주하던 이 고장의 옛 위세를 은근히 드러내는 건물입니다
요즘 새로 지붕 보수 공사를 하여 더욱 말끔해졌습니다
영인산의 남북으로 깊게 패인 여러 골짜기에는
남산제비꽃을 비롯한 여러종류의 제비꽃들이 제철입니다
허리를 숙여 단아한 꽃잎과 이파리들을 여기저기 섭렵하다 보니
숨가쁠새도 없이 어느새 임도 능선에 다다르게 되고
잘생긴 배롱나무와 무장애길의 파고라가 있는 마른 연못을 만납니다
이 곳은 여러대의 평상이 그늘을 드리워 오가는 산객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곳으로
산책을 하는 대개의 사람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소로 애용 하지만
아직 쉴만한 시간도 아니고 얘기를 나눌 일행도 없어
임도와 무장애길을 좌우로 거느린 가운데 길을 따라 산림 복원지구로 올라섭니다
무장애 길의 시 종점이 되는 야외 화장실 앞을 지나
등나무 평상 쉼터에서 잠깐 다리쉼을 하고 연화봉의 구들장 언덕길로 들어섭니다
오른쪽에 미군 병사들이 순찰을 돌던 시멘트 계단이 있기는 하나
왼쪽으로 펼쳐지는 실루엣의 상투봉을 보는 맛에 이 길을 주로 선택합니다
'시련과 영광의 탑'이 우뚝한 연화봉은
일제 시대 만세운동을 부르던 역사의 장소라서
최창규(전 독립기념관 관장)의 글을 넓은 오석에 새겨놓았습니다
전쟁의 흔적으로 남아 있는 나무 전봇대를 지나
높은 시멘트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서면 영인산의 정상인 신선봉에 닿게됩니다
정상에는 배 모형의 2층 옥상 전망대가 있어 아산만 바다와
삽교호 건너의 당진 아미산과 예산의 가야산이 웅혼하게 펼쳐지고
발밑으로 흐르는 곡교천을 끼고 드넓은 평야를 이룬 벌판 끝에는 도고산도 우뚝합니다
날씨가 맑으면 광천의 오서산 자락도 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조망처이지요
가까이에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과 아름다운 CC(골프장), 세심사가 있습니다
산성을 따라 강청골로 길게 놓여진 956계단을 내려갑니다
계단 사이로 불긋한 참꽃들에게 환영의 꽃다발을 받은 후
사방댐이 있는 강청골 까지는약 1km쯤의 내리막이 이어집니다
▼계단길 옆의 바위틈에 핀 참꽃
시적시적 걸어 약 10km의 산길을 돌아 관음사에 도착하니
3시간 30분쯤 걸린 오늘의 산행은 끝이 납니다만
점심때를 넘긴 시간이라 시장끼가 있어
가까운 곳의 김옥균의 유허는 대충 둘러보고
아산이 낳은 시인이자 작사가인 명암 조영출 선생의 특화 거리에 들려
투정하는 배를 생선구이로 채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