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미국에 퍼진 선사상과 숭산 스님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숭산 스님은 미국에서 참선의 의미를 알린 불교 포교자로, 파란 눈의 제자를 둔 스님으로 유명합니다. 조계종 총무원 해외포교 30년을 마치고 2000년에 숭산 스님이 자리를 잡은 곳은 바로 계룡산 줄기인 향적봉 아래 무상사입니다.


▲ 향적산 치유의 숲

계룡시는 향적산에 치유의 숲을 조성하여 일상에 지친 도시인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치유의 숲이 시작되는 곳은 찻길이 끝난 지점인데요. 계룡 시민들이 애용하는 산책로입니다. 이 길 끝에 바로 숭산 국제 선원 무상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 계룡산 무상사 입구

저는 1999년 현각 스님이 쓴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라는 책을 읽고 참선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었는데요. 이 파란 눈의 외국 스님이 다큐멘터리에 나오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던 때입니다.


▲ 계룡산 무상사

무상사는 일반적인 사찰과 달리 스님들이 공부하는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종무소 건물도 늘 조용하고, '묵언수행'이라는 표지가 종종 걸려 있습니다. 평소에도 조용히 절만 하고 가는 분들을 마주칠 뿐인데요. 겨울이라 그런지 인적이 거의 끊어진 듯합니다.


▲ 계룡산 무상사

시내버스 종점이 사찰 주차장이고, 사찰 입구까지 차량이 진입하니 실제 대웅전까지는 언덕 하나 올라가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경사가 가팔라서 언덕에 도달할 때쯤이면 다리가 후들거리기도 합니다. 이십여 년 흐르는 동안 나무줄기는 돌담에 더욱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굵어졌습니다.


▲ 계룡산 무상사 종무소


▲ 계룡산 무상사 나무뿌리

대웅전 앞에는 공간이 좁아서 일반 카메라로는 전경을 담을 수 없습니다. 광각으로 넓게 잡아보니 추마가 하늘로 훌쩍 날아갈 것 같습니다. 대웅전 현판이 뚜렷이 보이고, 그 아래로는 처마를 둘러 여섯 마리의 용이 길게 목을 빼고 있습니다.


▲ 계룡산 무상사 대웅전

위에서 내려다보면 향적산으로 이어진 긴 능선에 처마가 걸려 있습니다. 눈높이가 나란히 보이는 능선을 따라 서서히 올라가면 향적산 정사에 이르게 됩니다. 대웅전 옆에 따로 떨어진 산신각은 단청이 선명해서 새 건물 같습니다.


▲ 계룡산 무상사 대웅전


▲ 계룡산 무상사 산신각

대웅전에 들어서니 넓은 내부에 눈이 커집니다. 부처님을 모신 단상 위로 지붕이 삼 층을 이루고 있고, 천장도 아주 높아서 고개를 잔뜩 들어야 합니다. 무상사는 다른 전각이 없이 대웅전 하나였는데요. 후에 산신각을 지었습니다. 


▲ 계룡산 무상사 대웅전

한쪽 벽에는 숭산 스님이 모셔져 있습니다. 숭산 스님은 세계 32개국에 120개 선방을 열고 참선의 의미를 가르쳤다고 합니다. 2004년 입적하셨을 때 예산 수덕사에서 다비식을 치렀는데요. 당시 외국인 승려들에게는 '동쪽에서 온 달마'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 계룡산 무상사 숭산 스님 영정

대웅전 처마 아래에서 건너편 산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무채색 숲 사이사이에 푸른 소나무가 선명합니다. 대웅전 문은 꽃 문살을 넣었습니다. 유서 깊은 사찰에서 볼 수 있는 꽃 문살인데요. 꽃잎이며 줄기의 색채가 화려합니다.


▲ 계룡산 무상사 대웅전


▲ 계룡산 무상사 대웅전 꽃 문살

무상사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운치 있는 한옥카페도 들어서서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쉼터가 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날씨가 좋아서 커피 한 잔 들고 한옥 정원을 산책하는 것도 좋네요.


▲ 무상사 아래 한옥 카페


계룡산 국제 선원 무상사
찾아가는 길 : 충청남도 계룡시 엄사면 향적산길 129
문의전화 : 042-841-6084
홈페이지 : 무상사 (musangs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