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될 나무 떡잎부터 달라
24살에 「중용설」 지어내

민생 적극적으로 돌보며
학문의 근본 수호에도 앞장

세월의 장벽 넘어 21세기
시민에게도 귀감이 돼

충남 예산군 신양면 신양리에 가면 포저 조익(趙翼)(1579~1655)의 묘가 있다(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284호). 그 아래는 사당도 있는데, 그는 조정에 나아가 좌의정까지 지냈다. 

도덕과 문장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서화에도 조예가 깊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선조 35년(1602) 5월, 24세의 젊은 나이에 「중용설」을 지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당대의 석학들도 어렵다고 말하는 『중용』에 관해 일목요연한 설명을 제시하였으니, 크게 될 나무는 떡잎부터 다른 것이었다.

깊은 연구를 통해 조익은 인간의 성품이란 하늘이 내려준 것으로, 선비라면 감정이 일어나기 이전의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보았다. 

그는 선비의 정성이 지극해야 일의 기미를 미리 알게 되며, 바로 그런 정성 또는 진정성이 있어야 성인군자가 될 수 있다고 설파했다. 

선비는 저마다 타고난 성품을 부지런히 닦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면 마침내 하늘과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요컨대 자신의 마음 하나만 잘 다스리면 마침내는 우주의 질서가 바로잡힌다는 것이었다. 조익은 이것이 성리학의 이상이란 점을 갈파하였다. 누구든지 마음이 정성스러우면 결국은 성인이 된다는 신념이 멋지지 않은가.

조익은 성인군자가 되기 위해서 선비는 다음의 세 가지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 홀로 있을 때를 삼가야 한다. 둘째, 지극히 단순하고 가까운 곳에서 출발하여 높은 경지로 나아가야 한다. 셋째,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려면 근본이 되는 작은 일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사람마다 기질의 우열이 있고, 예와 오늘(古今)의 차이도 있으며, 문명과 오랑캐(華夷)의 차이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성품(性)과 도리(道)는 조금도 다름이 없다. 선비라면 중용에 도달하기 위해서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는 다짐이었다.

이런 굳은 결심이 있어서였을 테지만 조익은 결국 비범한 인물로 성장했다. 광해군 3년(1611)에는 홍문관 수찬으로서 퇴계 이황의 문묘종사(文廟從祀)를 위해 노력하다가 관직을 그만두는 사태가 일어났다. 효종 즉위년(1649)에는 좌의정이 되어서 이이와 성혼의 문묘 종사를 위해 힘쓰다가 여의치 못해 조정을 물러났다. 

그가 이황 등의 옛 선비를 문묘에 종사하기 위해 힘을 쏟은 것은 왜였겠는가. 조선 유학의 뿌리를 확고히 다지려는 노력이었다고 평가해야 하겠다. 

조익은 민생을 위하는 마음도 유난히 깊었다. 김육(金堉)이 주장한 대동법을 시행하는 데 가장 적극적이었다. 임진왜란을 겪을 때 충청도 백성에게 과외로 많은 조세 부담이 부과되어 허리를 펴기가 어려웠는데, 조익은 그런 점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지주층은 대동법의 시행을 반대하며 여론몰이를 거세게 펼쳤으나, 조익과 김육 등은 충청도에도 대동법을 시행하는 데 성공하였다. 

백성들은 대동법을 대대적으로 환영하여 곳곳에 기념비를 세웠다. 그중 하나가 지금도 ‘김육비’(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237호)란 이름으로 아산시 신창면에 남아 있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일수록 추상적이고 공허한 이론에 매달리기가 쉽다. 그런데 조익은 누구보다 다방면에 능통한 재사였음에도 평생 민생을 적극적으로 돌보았고, 학문의 근본을 수호하는 데도 앞장섰다. 그는 세월의 장벽을 넘어 21세기 시민에게도 사표(師表, 모범)이 되는, 참으로 귀한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