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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

누가 지역 예술가인가?

내포칼럼-정연희 국립공주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

2022.10.04(화) 09:48:53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누가지역예술가인가 1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창립 10주년
예술인 인권과 직업적 권리 보호
문화 인프라 서울·수도권 편중

중앙정부 중심 정책에 한계 있어
지역민 스스로 해결 주체되어
역량키우는 내생적 접근 필요


올해로 예술인의 권리 보호와 복지 지원을 위해 설립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국가가 예술인의 인권과 직업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시스템을 만들고 노력해 온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지역 예술가들에게도 그 혜택과 지원이 제대로 주어지는지 의문이 든다. 우리 문화예술계의 근본적 문제는 문화예술 인프라가 서울과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고 문화예술 생태계 또한 그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과중한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문화 분권의 시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중심의 정책과 실천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지역 스스로 해결의 주체가 되어 문화적 역량을 키우는 등 지역 내생적(endogeneous) 접근이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예술가들을 만나보면 문화예술 생태계 변방에서의 여러 고충과 소외를 토로하기도 하지만, 지역으로 이주해 온 예술가들은 그 지역 예술가 커뮤니티에 합류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을 종종 접할 수 있다. 지역에는 크고 작은 여러 예술가 협회들이 있는데 지방정부 지원금의 전달 통로로 활용되기도 하므로 기득권층에 의한 진입장벽이 높아 개방적이지 못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교류하지 못하는 예술가 커뮤니티로부터 ‘보이는 것 너머의 보이지 않는 것’을 우리 앞에 표상하는 진정한 예술적 실천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역 예술가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가? 특정 지역을 작업과 삶의 무대로 삼을 뿐 우리가 일반적으로 예술가로 통칭하는 그룹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예술가들은 인간의 의식을 확대하는 사람들이다. 예술가들은 자유로운 몰아의 상태에서 위대한 예술작품을 만들어 낸다. 진정한 예술가는 자신의 작업에 영혼 즉 칸트가 말하는 심미적 이념(aesthetic ideas)을 불어 넣음으로써 우리들의 시야를 광대하게 열어줄 뿐만 아니라 어떠한 언어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수한 생각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예술가들은 예민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살아있거나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열려 있으며 이로부터 들려오는 것에 귀 기울이는 가운데, 헌신적으로 몰입하고 무의식, 잠재의식을 충분히 활용하여 깨달음으로써 통찰이나 계시를 얻게 된다. 예술가들은 이것을 예술작품으로 보여주기 위해 자신이 부딪치는 문제나 상황을 두려워하거나 기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면하고 끝까지 추구하기 위해 고통과 인내의 회임(懷妊) 기간을 가진다. May(1975, 1999)에 의하면 이처럼 작업에 몰입하는 동안 예술가는 시간이 흐르는 것도 감지하지 못하고, 식욕도 느끼지 못하며, 주변의 것들도 인식하지 못하는데 심지어 부교감신경의 활동이 활성화되어 소변생성 같은 생리적 현상들도 자제된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위대한 예술은 현재를 혁신하고 미래를 열 뿐만 아니라 과거에 존재하던 것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예술작품을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그 이상의 것으로 만들어 줄 예술가의 헌신적 몰입과 그에 기인한 통찰과 계기가 결여되었을 때, 예술은 자연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을 복제한 것에 불과하며 우리에게 감동을 주지 못할 것이다. 

예술가와 애호가(enthusiast)의 근본적 차이는 재능이나 시간의 차이라기보다 끝없는 헌신적 몰입에 의한 예술적 실천에서 찾을 수 있다. 잘못된 예술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예술, 누군가의 칭찬을 바라는 예술, 외관은 비슷하지만 내용은 알맹이가 빠진 예술과 같은 것이며 이러한 것들은 예술적 노출증(예술적 허영심)이라 할 수 있다고 May는 지적한다. 예술가는 그들이 지닌 예술정신과 열정의 깊이만큼 추앙받는다. 지역의 예술가들 스스로 중앙의 변방이라는 자기 한계와 두려움을 벗어 던지고 진정한 예술적 실천의 길로 나아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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