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향기 한 줌... 나태주 풀꽃 문학관
2022.09.06(화) 15:54:22 | 팅커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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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rose-3@hanmail.net)
간결하면서, 마음속에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우리나라 대표 서정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풀꽃'을 만나러 '나태주 풀꽃 문학관'으로 발걸음 해보았다.
공주세무서와 사대부고 사이, 봉황산 기슭에 나무와 함께 포근하게 파묻힌 풀꽃문학관은 '3초 법칙'이 작용해 내 감성을 자극한다.
주차장 한켠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란 시가 적힌 자전거가 꽃을 한 아름 싣고 당장이라도 달릴 듯 서 있다.문학관 오르는 길모퉁이 담벼락에 시인의 대표 시들을...
아이들이 꾹꾹 눌러 쓴 듯한 정겨운 글씨체와 그림이 한 폭의 벽화가 되었다.
저기 어딘가에 이름 모를 풀꽃들이 피어있을 듯싶은 야트막한 언덕길도 정겹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
12시부터는 점심시간이라 문학관 내부를 관람할 수 없으니 일정에 참고하면 좋을 듯싶다.
풀꽃 문학관은 적산가옥을 매입한 뒤 문학관으로 새롭게 단장하였다고 한다.
문학관 안으로 들어가기 전 마당이 예뻐 발길을 왼쪽 마당으로 돌려본다.
풀꽃 문학관답게 이름 모를 꽃과 나무들이 어서오라! 인사를 한다.마당에 세워진 풀꽃 시비...
시인은 시간이 날때마다 이곳 마당을 정성스럽게 가꾼다고 한다.
4개의 작은방과 거실 그리고 부엌과 다락 등으로 이루어진 문학관은 외갓집 온 것처럼 푸근함이 느껴진다.
방 안쪽에는 손때묻은 풍금과 시인의 작품을 새겨 놓은 열두 폭 병풍이 펼쳐져 있다.
가끔 시인이 풍금 연주를 하는지 눈에 익은 악보가 놓여 있다.
대부분의 문학관은 사후에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풀꽃문학관은 현존해 있는 사람의 문학이 담겨 있는 곳이라 따뜻함이 묻어나는 듯하다.
정형화되고 딱딱한 문학관이 아닌 여느 집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듯한 정리되지 않은 듯 정리된 이 방이 참 마음에 든다.
곳곳에서 시인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짧고, 간결한... 그리고 소박함이 있는 시를 읽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짧은 글 안에 일상을 돌아보게 하는 묘한 힘이 있는 시...
존재감이 분명하지 않은 풀꽃이 아니라 누구나 다 아는' 장미'가 시의 제목이었으면 오래 보지 않고도 사랑스러움을 느끼는 시로 남았을까? 혼자 생각해본다.
시인의 활동 연보를 확인해본다.
내가 원하는 길을 걸어 온 분이라... 가슴이 뛴다.
고풍스런 카페에 온 듯, 주방에선 은은한 커피향기가 전해 오는 듯 하고...
시상이 마구 떠오를 듯싶다.
12시부터 점심시간이란다.
넓지는 않지만, 천천히 둘러보며 시인의 서정적인 정서를 느껴보고 싶지만 갑자기 볼거리는 많아지고 마음은 급해진다.
밖으로 나와 한창 피기 시작하는 코스모스가 반기는 가옥 오른쪽으로 돌아가 본다.
여름이 지나간 자리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능소화...
작은 화단에는 예쁜 들꽃들이 가득하고,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가 풀꽃문학관에서 붉게 농익어 가고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아름다운 풀꽃문학관...
역사와 문학이 살아 숨 쉬는 공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